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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1단계 마무리 '개방화율 90%' 의미는

  • 2013.09.06(금) 18:19

유럽연합(EU)와 미국에 이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틀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1단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상품분야의 관세철폐 기준을 품목수의 90%, 수입액의 85%의 수준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FTA를 통해 85~90%의 시장을 개방한다는 의미다. 한·중 FTA의 관세철폐 비중(개방화율 혹은 자유화율)은 한·미, 한·EU FTA의 98% 수준보다는 낮지만 대(對) 아세안(90%), 터키(92%)와는 근접하는 수준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개방화율 90% 이상을 '높은 수준'의 FTA로 보는데, 이번 1단계 협상에서 당초 중국이 원했던 것보다 개방화율을 높인 것이 눈에 띈다. 개방화율과 관련해 양국은 향후 2차 협상에서 상향조정 가능성을 모색키로 합의해 관세철폐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도 남아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사진)은  "품목 기준으로 90% 라고 하는 것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중국은 기존에 작은 나라와 협상을 했었고 한국과 하다 보니까 이런 수준에 와 있는 것이고, 이 기준은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2단계 협상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협상기본지침 합의..1만800개 품목 관세철폐 대상

1단계 협상은 작년 5월 개시된 이후 1년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1단계 마지막 협상인 7차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분야 ▲서비스·투자분야 ▲규범분야 ▲경제협력분야 등의 모댈리티(Modality·협상기본지침) 문안에 합의했다. 앞으로는 상품과 서비스, 투자, 규범, 협력 등 전 분야에 걸쳐 협정문과 시장개방 양허안을 놓고 본격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1단계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분야를 '일반' '민감' '초민감' 등 3개 품목군으로 구분했다. 일반품목군과 민감품목군으로 크게 구분한뒤, 민감품목군은 다시 일반민감품목과 초민감품목으로 구분해 개방 범위 등을 세분화했다.

 

일반품목군으로 분류되면 즉시 또는 10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지고 민감품목군은 10~2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초민감품목군의 경우 개방에서 제외하거나 부분적 관세 철폐 등으로 보호조치를 취하게 된다.

양국은 상품분야 개방화율을 품목수의 90%, 수입액 85%로 정했다. 상품분야에서 개성공단 같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이슈, 비관세장벽, 원산지 및 통관분야를 2단계 협상대상에 포함시키고 무역구제는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을 구성요소로 합의했다.

서비스·투자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의 협정을 체결하고 내국민대우, 수용 및 보상, ISD 등 협정문의 기본 구성요소에 합의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은 법률과 의료 등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155개 세부분야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2단계 협상에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규범분야에서는 지재권, 경쟁, 투명성, 환경, 전자상거래 등도 2단계 협상의 논의하기로 했다. 경제협력분야에서는 정부조달, 산업협력, 농수산협력 등이 2단계 협상대상에 포함됐다.

 

◇ 개방화율 90%..美·EU보다 낮지만

품목수의 90%, 수입액의 85% 개방화율은 어느 수준일까. 한중 양국 교역의 전체 품목수가 1만2000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만800개 품목이 관세철폐 대상이 된다. 나머지 1200개 정도의 품목은 초민감품목에 포함된다.

수입액을 기준으로 보면 관세철폐 규모는 687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액은 808억달러(수입비중 15.5%)다. 수입액 기준으로 85%에 대해 개방이 이뤄지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중 687억달러 어치가 관세철폐 대상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1343억달러(수출비중 24.5%)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1343억달러의 85%, 즉 1142억달러 정도가 관세철폐 대상이 되는 셈이다.

개방에서 빠지거나 보호를 받게 되는 초민감품목은 전체 품목의 10%, 수입액의 15%다. 우태희 실장은 "현재 합의된 내용은 자유화 수준을 품목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 85%인데, 다시 말해 초민감품목은 품목 기준으로 10%, 수입액 기준으로 15%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향후 협상에서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한·미 FTA(각각 0.2%, 0.9%), 한·EU FTA(각각 0.4%, 0%)와 비교하면 보호품목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개방화율과 관련해 중국은 그동안 협상에서 70%이하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7차 협상에서는 90% 이상을 바라는 한국 요구에 근접한 수준에서 합의를 봤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지난 6월말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봐야 할 듯 하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 추진 원칙과 1단계 협상 마무리를 위한 협상 가속화에 합의바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중 개방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84%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받았다는 평가도 정부내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품목과 수입액 기준을 동일하게 맞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양국간 교역구조의 차이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6개 품목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20개 품목이 40%를 차지해 물품별 수출비중이 좀 더 균등화 돼 있다는 것. 그래서 구조적 측면에서 비율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우 실장은 "(수입액 기준) 85%는 상당히 노력을 해서 얻은 숫자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중국 측에서도 쉽지 않았고, 굉장히 힘들게 얻은 숫자"라고 말했다.

◇ '위기의 농수산업'..정부 보호할 수 있을까

중국의 농수산물과 값싼 공산품이 이미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농수축산업과 일부 제조업 분야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협상 방식도 1단계에서 민감품목에 대한 보호 범위를 먼저 정한뒤 2단계에서 전면적인 품목 협상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미국, EU 등과의 FTA에서도 농수산업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돼 왔지만 한중 FTA가 불러올 영향에 비교하면 찻잔속 태풍이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중국의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한국 농업의 궤멸적 타격'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전체 수입은 35% 증가하지만 농산물 수입은 105∼209%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농수산물 대부분을 초민감품목에 넣어 개방에서 제외하겠다는 전략이다. 우 실장은 "지난해 대중국 수입은 808억 달러로 이중 농수산 수입은 42억 달러,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10% 정도의 초민감 품목을 가지고 있으면 농수산물을 많이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의 초민감품목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향후 농어민과 정치권 등의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제조업이나 서비스 분야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농수산물 분야에서 개방화율을 얼마냐 높이느냐가 중국이 이익, FTA 수혜와 직결된다. 따라서 향후 협상에서 농수산물 분야는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 재계 입장.."환영하지만 개방수준 아쉬워"

한편 경제4단체(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FTA민간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한·중 FTA 1단계 협상이 타결된 것을 환영한다"며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양국의 개방수준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개방수준과 관련해서는 "농·수산업과 노동집약형 제조업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것에 공감한다"며 "품목수를 기준으로 90%를 자유화하면서도 수입액 기준으로 85%의 자유화율에 합의한 것은 민감품목 보호를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향후 2단계 품목별 협의 때는 보다 높은 수준의 협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시장 개방, 투자환경 개선, 기타 비관세 장벽 등에서 진전을 이뤄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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