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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아프리카]①암흑의 땅이 검은 진주로

  • 2013.09.09(월) 10:13

자원 보고(寶庫) 넘어 소비대국으로
경제성장률도 `서에서 동`으로 확대

2000년대 이전까지 아프리카는 그저 암흑의 땅이었다.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굶주린 아이들과 총을 멘 사람들을 떠올린다. 종족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정부는 독재를 일삼고 부정부패는 만연했던 곳. 이런 아프리카가 변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소비잠재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아프리카 정부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만큼 인정받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나라들은 아프리카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아프리카를 둘러 싼 패권 싸움도 치열하다. 반면, 한국만큼은 `기회의 땅` 앞에서 다소 느긋해(?)보인다. 별로 남아 있지 않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좀더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편집자]
 
"아프리카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고 희망적이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가장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된 성장 스토리" 래리 세루마 나일캐피털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9억명의 소비자가 존재하는 최후의 미개척 시장" 비제이 마하잔 '아프리카 파워' 저자

아프리카의 실제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크고, 자원이 풍부하고, 아직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산재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파보면 파볼수록 아프리카의 매력은 훨씬 또렷해진다.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53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은 미국과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유럽을 합친 땅보다 크다. 겉으로는 척박한 땅으로 보이지만 아프리카가 품고 있는 지하자원 규모는 막강하다. 플레티늄은 전세계 매장량의 89%, 크롬은 74%, 다이아몬드는 60%, 원유 역시 12%가 묻혀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원이 많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원유 매장량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렇다보니 전체 원유 매장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중동이나 북미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뿐인가. 엄청난 면적의 사막에도 불구, 아프리카는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기후로 수확량은 여타 지역의 두 배에 달하고 일년내내 농지를 활용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아프리카 내 경작가능 지역은 약 8억 헥타르로 한반도 면적의 80배 이른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활용되고 있는 면적은 2억 헥타르에 불과하다.
 
◇ 자원대국서 소비 대국으로 비상중
 
경제 성장속도도 상당히 주목할만하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마저 고전하는 사이 아프리카는 꾸준히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10년 4.5% 성장했고 2011년 5.0%, 지난해엔 6% 성장하며 거침이 없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2015년까지 성장속도는 7%로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 중 20개국이 인도보다 높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1~2010년 사이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인 최상위 국가 10곳중 6개 국가가 아프리카에 속했고 향후 2017년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흘 국가 20개국중 열 한 곳이 아프리카 국가였다.
 
빠른 경제 성장은 소비와 직결된다. 적지 않은 인구량은 물론 인구 구조상 젊은층의 비중이 다른 신흥국들보다 훨씬 높다. 아프리카의 젊은층은 '치타세대'로 대변되는데 이들은 역동적인 소비성향으로 부모들인 '하마세대'를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아프리카 전문가인 비제이 마하잔 미국 텍사스대 매콤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시장이라며 치타세대로 소개했다. 이들은 생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소비에도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소비의 핵심축인 중산층도 상당히 두텁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50년 후 아프리카(Africa in 50 years)'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중산층 증가가 최근 20년간 경제성장 주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0년 현재 아프리카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35%인 3억5000만명 선이다. 인도의 중산층 인구를 넘어선다. 2060년이 되면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억만명으로 4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비교. 위부터 동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전 세계. 동아프리카는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우간다, 지부티 6개국(출처:FT)]
 
◇ 서에서 동으로 성장동력 확산
 
최근의 변화는 더욱 다채롭다. 아프리카가 워낙 큰 땅덩어리다보니 아프리카가 다 같은 아프리카는 아니다. 크게는 사하라 사막 북쪽과 남쪽으로 분류되는데 내전이나 분쟁이 심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MENA)보다는 사하라 이남 쪽이 더 주목받았다.
 
사하라 이남 지역을 더 세분화하면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로 나뉜다. 그동안은 자원이 풍부한 서아프리카 쪽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프리카 전반의 빠른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온기가 차츰 동쪽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무역센터(ITC)는 2016~2025년 사이 동아프리카 GDP 증가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동아프리카의 달라진 위상은 해외채권 발행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간 사하라 이남지역의 아프리카 국가의 달러채권 발행은 2007년 가나를 시작으로 주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케냐와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래그나르 구드문슨 국제통화기금(IMF) 케냐 대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동아프리카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코완 씨티그룹 아프리카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이제 동아프리카 국가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자원이 풍부한 서아프리카에서 차츰 투자범위가 확대되며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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