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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힘 빠진 기업 구조조정

  • 2016.08.07(일) 12:01

STX조선 뒤늦게 들어가고 대우조선은 아예 빠지고
선제적 구조조정 무색...구조조정 대상 오히려 줄어
이번 정권에선 '대기업 구조조정'은 끝났다 분석도

대기업 구조조정이 소리만 요란할 뿐 또다시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은행의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로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상 기업은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구조조정 칼날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여전히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문제 대기업들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 등을 뒤늦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애초 목적 역시 빛이 바랬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1일 임원회의에서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은행 부실채권 정리를 강조했다.

◇ 최근 3년내 구조조정 대상 가장 적어..무뎌진 칼날?


2016년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린 대기업은 32곳이다. 지난해 35개사와 비교하면 3곳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수시평가에서 19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에 올린 이후 평가 기간이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영향이라고 금융감독원은 분석했다.

장복섭 신용감독국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작년에 수시평가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을) 미리 걸러냈다"며 "단순하게 작년과 숫자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바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기업의 이의 제기 절차를 처음 도입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애초 34곳을 선정했지만 이 가운데 5곳이 주채권은행에 이의를 제기했고 2건이 받아들여졌다. 이들 두 곳은 당초 C등급을 받으면서 워크아웃 대상에 올랐지만 자구계획으로 채권단 설득에 성공했다. 

이런저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대기업 숫자가 줄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의 칼날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꾸준히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에 대선을 앞둔 만큼 올해를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판단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장과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잇따라 만나 엄정한 평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은 지난해는 물론 2013년(40곳), 2014년(34곳)과 비교해도 최근 3년래 가장 적었다. 

◇ STX 뒤늦게 들어가고, 대우조선 아예 빠지고

뒷북 구조조정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 32곳 중엔 STX조선 등 이미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포함된 것도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평가는 사전에 부실징후 있는 기업들을 골라내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 혹은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등으로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STX조선은 채권은행에서 신용위험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법정관리 결정이 났고 채권단의 손을 떠난지 오래됐다. 이제야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포함된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가 정상기업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예상한 결과이이긴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B등급으로 분류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진 것은 여전히 논란이다. 

장 국장은 "기업 자체의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 대주주(산업은행)의 의지, 산업적인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취약 요인은 있지만 이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 빅3는 취약산업이고, 수주절벽 문제 등 때문에 채권은행과 정부가 별도의 구조조정 툴을 이용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문회까지..하반기 접어들며 더 힘빠진 구조조정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 대기업 구조조정에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집중해야 할 판이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 과정에서 서별관회의 등 투명하지 못한 절차가 논란이 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청문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번 정권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둔 데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정권 차원이든 당국에서든 대기업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동력을 이미 잃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한 주요 정책 결정 권한은 이제 국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달 중순 조선업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이어 다음 달엔 조선을 비롯한 해운, 철강, 유화 등의 주요 업종에 대해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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