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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맞은 한국 철강업체, 타격은?

  • 2016.08.08(월) 16:49

미국 정부, 韓냉연 이어 열연에도 고관세 부과
'보호주의 격화' 우려 속 '실제부담 제한적' 분석도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았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최대 65%의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가뜩이나 철강 업황 부진으로 힘든 와중에 미국발(發) 악재까지 터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국의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인 만큼 이번 사태의 여파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 미국, '관세 폭탄' 왜 던졌나

미국 상무부는 최근 포스코에 대해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 관세율 57.04% 등 총 60.9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반덤핑 9.49%, 상계 3.89% 등 13.38%의 관세율 부과를 결정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대해서도 최대 48%,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 대해서는 최대 6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잇따라 한국 철강업체에 대해 관세 폭탄을 던지는 것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국 내에 들어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보조금 등 여러 형태의 지원이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자국 내 철강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 미국 정부는 한국이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값싼 전기료를 공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에 철강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자국 철강 업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한국이 전력시장에서 기업들에게 전력을 싸게 공급해 사실상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값싼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기업들은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결국 이것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미국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입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낮아져 현재는 요금이 원가보다 훨씬 비싸다고 주장한다. 또 전기로 사용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이 고로 비중이 높은 포스코에 비해 낮은 관세율이 부과된 것도 미국측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근거라고 보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보호무역 카드를 빼든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고 현대제철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 "국내 철강 산업에 타격"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다. 2015년 기준 총 3530만톤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총 3090만톤을 수출해 중국(1억10만톤), 일본(4070만톤)에 이어 철강 수출 3위 국가다. 열연강판 기준으로 작년 우리나라는 미국에 총 116만톤을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7억달러 규모다.

냉연 강판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열연강판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열연강판은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열연강판을 수출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세금을 60% 이상 물어야 한다. 자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단위:달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의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무디스는 "미국 상무부의 결정은 전 세계 시장의 과잉 공급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시기에 한국 철강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현재 글로벌 철강 시장은 중국발(發) 과잉공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철강 제품 가격이 낮게 형성돼있다. 비록 최근들어 중국의 구조조정 여파로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 철강제품에 관세 폭탄이 부과되면 값싼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목할 것은 미국이 반덤핑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라며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된다면 철강 뿐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여타 산업들에도 그 피해는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큰 문제는 아니다"

반면, 시장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인데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영업이익의 손실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철강사들의 국가별 수출현황에서 미국의 비중은 중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도 한국의 열연수출 물량 중에서 지역별 비중은 동남아가 39%, 일본 14%, 인도 12%, 미국 12%의 순서로 미국의 비중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체의 전체 열연판매량 중 미국 판매량은 2%에 불과하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별 업체별 매출 비중은 제한적인 만큼 실적 부담도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공급과잉국들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 철강 시황 회복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과 EU의 잇따른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미국 상무부의 높은 관세 부과가 공급 과잉에 있는 중국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미국으로 향할 물량이 동아시아 시장 내로 유입된다면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공급과잉에 발목을 잡히게 되고 국내 철강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국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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