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게임체인저의 M&A]②손정의 '트렌드'를 산다

  • 2016.08.11(목) 10:12

M&A를 통해 성장…핵심 장악하고 주변 확대
"미래는 IoT 시대"…36조원에 영국 ARM 인수

기존 산업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대한 고민이 깊다. 앞선자들의 움직임은 이른바 '게임의 법칙'을 바꾼다. 최근 영국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 등이 눈에 띈다. 마윈의 알리바바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거대기업들 역시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삼성전자, 알리바바 등의 최근 인수합병 시도와 그 의미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승부사'로 통한다.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때에 적극적으로 매물 확보에 나선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통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손 회장의 기업을 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 눈독을 들인 것은 반드시 인수하는 집요함이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을 두고 '도박꾼'이라는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일본 내에서도 손 회장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곳도 많다. 그의 과감한 M&A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미래를 보는 안목에 대해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의 선택은 늘 옳았고 그가 선택한 것들은 늘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 10년간 140개 M&A

손 회장은 대표적인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린다. 그의 태생적 환경이 '부(富)'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일동포 3세로 무허가 판잣집에서 생활했다. 할아버지는 탄광 노동자,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고교 1학년 시절 한달간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다.

미국에서 새로운 세상을 본 그는 고교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무작정 건너갔다. 그곳에서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거쳐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UC버클리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공부를 마치면 돌아오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왔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24세의 손정의는 미국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1981년 자본금 1000만엔으로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이 그의 시작이었다.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자금 부족으로 코너에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집념은 94년 기업공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자금을 확보한 그는 95년 미국 야후에 150억엔을 투자해 지분 37%를 인수했다. 이것이 그가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성장 시킬 수 있었던 기폭제가 됐다. 인터넷 사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그의 선견지명은 빛을 발했다. 이때부터 손 회장은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섰다.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단위:%.

96년에는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 설립, 2000년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투자, 2004년 유선통신업체 재팬텔레콤, 2006년 보다폰 일본 법인, 2010년 간이 휴대폰 업체 윌컴, 2012년 일본 4위 이동통신업체 이액세스, 2013년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 2013년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 등을 인수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손 회장의 M&A에는 법칙이 있다. 그간 연도별로 인수한 회사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기 전에 이미 해당 사업을 하는 업체들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유통업에서 시작해 통신 사업, 휴대폰 사업, 모바일 게임, 전자상거래 등 연관업종으로 가지를 뻗었고 모두 한 발 앞선 선택들이었다. 그것이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의 성공 비결이다.

◇ ARM에 36조원 투자…"IoT가 미래"


최근 글로벌 IT업계는 또 한번의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손 회장이었다. 영국의 ARM을 우리 돈으로 약 36조원에 인수했다. ARM은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곳이다. 이른바 '강소기업'이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원천 설계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전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AP 95% 이상이 ARM의 설계에 의존한다. 삼성전자도, 애플도 예외일 수 없다. 대부분의 관련 제조업체들은 ARM에 로얄티를 제불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안하면 ARM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손 회장은 ARM의 지분 100%를 단숨에 사들였다. 그는 10년 전부터 재무부서에 "ARM을 인수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을 만큼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손 회장이 ARM을 주목했던 것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IoT 시대가 다가올 수록 ARM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수한 영국의 ARM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두뇌격인 AP의 원천 설계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전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약 95%가 ARM이 설계한 AP를 사용한다. 손 회장은 이를 눈여겨보고 10년간 인수를 준비했다. 그리고 곧 도래할 IoT 세상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 총 36조원이라는 자금을 기꺼이 ARM 인수에 쏟아부었다.

실제로 IoT는 최근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특히 향후 온라인을 넘어서 자동차, 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들이 IoT 기반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리고 실제 이런 작업들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ARM은 현재의 10배에서 100배의 이익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트렌드 구매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된 셈이다.

손 회장의 행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관심이 점점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통신에서 금융, 신재생 에너지, 로봇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모든 사업의 핵심에는 인공지능과 통신, IoT 등 각 분야가 연결돼 있다. 핵심(Core)을 중심으로 활용 가능한 사업들로의 확대에 나서 것이 손 회장의 전략이다.

그는 지금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ARM 인수는 그 시작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IoT가 결합되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손 회장은 자신의 나이대별로 목표를 세워뒀다. 내년이면 60세를 맞는 그의 당초 60세의 계획은 '다음 세대에게 후계를 물려준다'였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를 번복했다. 아직 그가 하고 싶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의 큰 그림 그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