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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떨어지는 환율…'푹푹' 한숨 쉬는 기업들

  • 2016.08.11(목) 15:01

14개월만에 달러-원 환율 1100원선 붕괴
수출 많은 전자·자동차 타격…장기화 우려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14개월만에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최근 지속된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얼마나 갈 것인가다.

◇ 꺾인 美 금리인상 기대+브렉시트 탓

지금과 비슷했다. 지난 2014년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많은 국내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다. 당시 달러-원 평균 환율은 전년대비 3.8% 하락했다. 기업들은 고전했고 우리 경제도 힘들었다. 그 덕일까 작년에는 달러-원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연말 환율은 연초대비 6.6% 상승했다.

올해 다시 2014년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14개월만에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특히 브렉시트 사태 이후 달러-원 환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브렉시트가 발표된 지난 6월 24일 1173원이었던 환율은 지난 10일 1094원까지 떨어졌다.

▲ 단위:원.

최근의 원화 강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된 것이 크다. 최근 발표된 미국 노동 생산성 지표 등이 부진하고 대선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줄어들자 달러 수요도 함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내에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는 환율 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브렉시트 영향도 있다. 브렉시트 이후 각국이 금리 인하 등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상향 조정되면서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 덕분에 최근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하락은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낸다. 수입물가를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환율 하락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수출 산업들이 피해를 입는 이유다.

◇ 전자·자동차, 앉아서 떼일 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 비중이 큰 전자의 경우 대표적인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달러-원 환율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달러화 외에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결제통화 다변화를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이미 3000억원의 환차손을 입은 상태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은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환율 하락은 큰 타격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자동차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등 중추 산업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해외 공장 생산분은 상관없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해외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해 국내 수출 물량 마저 줄여야 한다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해외에서 달러로 대금을 결제 받는 물량이 많거나 수출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타격이 불가피 하다. 그나마 원재료를 수입해서 쓰는 만큼 이 부분에서는 안도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반면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외화 빚이 많은 항공업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달하는 만큼 장기적인 환율 하락은 국내 산업계에 큰 타격"이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저성장 국면이 더욱 오래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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