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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반출 논란]①공정한 게임 룰 말고 '뭣이 중헌디?'

  • 2016.08.11(목) 17:01

산업·경제 측면서 개방 득실 따져야
답변 시한 코앞인데 눈치보는 정부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안보 및 산업·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어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혁신이란 산물은 개방이란 자양분에서 꽃피기 때문에 폐쇄적인 태도를 고집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어느 한쪽이 차별받지 않은 공정한 경쟁 룰을 적용해야 하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한편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한 정부의 결정·통보 기한이 보름(8월25일)을 남긴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정부가 부처별 이해나 여론에 휘둘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편집자]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과 관련해 쟁점 사항으로 꼽히는 것이 안보 위협과 신산업 성장 저해다. 

 

안보 논쟁은 차치하고 산업·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 반출을 무조건 막는 것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을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구글측 주장대로 당장 한국을 방문하는 영미권 관광객들이 손에 익은 구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게 된다.

 

아울러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쏟아져 나오는 무인자동차 등 혁신적인 기술 및 서비스의 혜택이 국내 이용자에겐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드론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혁명'을 앞두고 한국만 고립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 애플의 아이폰 도입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때 '디지털 쇄국정책'을 끝까지 고수했다면 국내 스마트폰 및 통신, 인터넷 산업 등은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은 개방 없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 '공정한 경쟁' 우선해야

 

다만 개방 보다 앞서야 할 것이 공정한 경쟁 환경이다. 외부에 문을 열어주는 것이 해외 업체에 특혜를 주고 국내 기업을 차별하는 불공정한 것이라면 산업·경제 측면에서 발전은 커녕 퇴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내비게이션 등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 지도 서비스가 한국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데이터 보안성과 효율성, 안정성을 위해 세계 각국에 있는 데이터 센터에 분산, 중복 저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구글 입장에 대해 정보기술 업계에선 납득하기 어려워 한다. 구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MS)만 해도 자사 기술 방식을 뜯어 고쳐서라도 각 나라의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가져가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며 관련 법에서도 자유로워지게 된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지도 관련 서비스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사전, 사후 심사를 받고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은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금도 구글은 자체 인공위성을 띄우고 한반도를 훑어 위성사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 영역도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한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구글에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격이다.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얘기하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게 된다.

 

관련 업계에선 구글이 굳이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짓지 않고 지도데이터 전용 서버만 설치해도 손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은 데이터의 분산과 이동 등의 기술적 특성상 데이터의 저장 위치를 지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구글 입장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음으로써 법인세 세금 및 각종 법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처 의견 조율 못이뤄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를 놓고 최근 논란이 더욱 거세지는 것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지도 데이터를 넘겨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에 국내 지도데이터의 반출과 관련한 법령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으나 관계 부처간 협의체에서 합의하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이 협의체는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간사로 참여하고, 미래부와 산업부·외교부·통일부·안행부·산업부·국정원 7개 부처로 구성된다. 

 

부처 입장이 제각각이다 보니 이번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선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다. '안보'를 내걸고 반대하는 부처가 있는 반면 서비스 경쟁 차원에서 반출쪽으로 기우는 곳도 있어서다.

 

 

구글은 지난 6월1일에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 정부의 답변 기한은 신청 후 60일 이내(공휴일 제외)인 오는 25일까지다.

답변 기한이 코 앞이나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협의체의 1차 실무회의(6월22일)에선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고, 7월 중순 열릴 2차 회의는 무산됐다. 2차 회의는 12일로 잡혔다가 다시 연기된 상태다.

 

2차 회의 연기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10일 자료를 통해 "최근 정책토론회 및 언론 등을 중심으로 각계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보다 심도 깊은 검토와 논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제와서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를 벌이겠다는 다소 안이한 상황 판단이다. 여론에 휘둘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국토부는 회의를 연기했으나 언제 열지는 정하지 않았다.

 

◇ 여론 살피느라 해답 못내

 

정보통신(IT) 산업 주무부처인 미래부만 해도 어떤 입장이냐는 기자 질문에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다른 부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여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것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도 살필 수 있다. 국토부가 후원해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 토론회'는 지도 반출 이슈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 조사 결과를 놓고 패널들이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진행 방식이나 토론자 구성 등에서 이미 답을 낸 자리였다. 이슈 당사자인 구글측 관계자가 토론 패널에서 빠진 채 주제발표만 했다는 점이나 구글과 경쟁 관계인 네이버 관계자가 토론자로 끼어 있다는 점 등은 말이 토론회지 사실상 여론몰이를 위한 자리나 다를 바 없었다.

 

일부 토론자는 국토부가 원칙을 정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비정상적 토론회를 만들었다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주권 및 안보에 저해되고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며 뚜렷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정치권의 움직임과도 비교된다.

 

오히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선 정부가 신속히 입장을 정리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미래부도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고만 밝히면서 여론을 살피고 있다"라며 "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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