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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 '승부수'...과점주주 실험 성공할까

  • 2016.08.22(월) 16:38

경영권 매각 포기하고, 현실적 판단
비가격요소·예정가격은 여전히 변수

정부가 과거 네 차례의 우리은행 매각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경영권 매각을 포기하고, 지분을 쪼개서 매각하는 과점주주 방식을 택했다. 이번 5차 매각 방안에선 여러가지 변수와 가능성을 열어둬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의미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원칙에 대한 정부 안팎의 달라진 분위기도 읽힌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얽매이다 자칫 우리은행의 가치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과점주주 매각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경영권 매각에 따른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 뒤따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훼손에 대해선 민영화(과점주주 매각) 이후 남은 예금보험공사 지분 21%를 통해 회수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다만 과점주주 매각이 처음 시도되는 만큼 입찰에 참여하는 매수자나 입찰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

◇ 성공 가능성 높이는 데 초점

과거 네 차례의 뼈아픈 경험 덕분에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5차 매각 방안을 마련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더는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은 점을 인정해 과점주주 방식을 도입한 것부터 그랬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최근의 수요 점검 결과 경영권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 수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을 4~8%씩 쪼개서 팔기로 하면서 투자자의 자금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4% 매입 대금은 대략 2800억원(22일 종가 10250원 기준) 수준이다. 최대 8%를 매입해도 6000억원이 채 안된다.

과거 경영권 매각 방식(30%)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2조~3조원이 거론된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양한 과점주주의 출현을 유도할 수도 있다.

4%이상 신규 낙찰자에게 사외이사 1석 추천 인센티브를 준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4%만 가진 과점주주들도 은행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게다가 6% 이상 낙찰자에겐 추천 사외이사 임기 3년(6% 미만 2년)을 보장하는 등의 물량에 따른 유인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 IR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관치 등 정부의 경영개입을 가장 우려했는데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정부의 입김을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예정가격과 비가격요소는 여전히 변수

입찰 가격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성격인 '예정가격'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특히 지난 4차 매각 당시 경영권은 물론
소수지분 매각(희망수량 경쟁입찰)마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원금 회수 기준가격을 의식한 나머지 예정가격을 너무 높게 잡은 영향이 컸다.

이번엔 달랐다. 윤 위원장은 "원금회수 기준가는 참고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매각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현재 원금회수 기준가격은 1만2980원이고, 매각 방안을 발표한 이날(22일) 우리은행 종가는 10250원이다.

공자위는 예정가격을 입찰 마감 직전에 설정할 예정인데, 그 사이 우리은행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원금회수 기준가격과 주가간의 괴리는 크다. 정부가 이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역시 매각 성사의 큰 변수로 남는다.


또 공자위는 과점주주에게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점을 의식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가격요소를 반영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입찰가격 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지만 예정가격 이상으로 입찰 가격을 제출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가격, 비가격 요소를 종합한 점수를 산정하기로 했다. 이는 공자위가 최종 입찰 마감 전 확정할 예정이며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비가격요소는 공자위에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과거 사례가 있지만 어떤 식으로 할지는 결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힌트가 될 수 있는 점은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 정도다.

윤 위원장은 "국적에 대해선 차별할 기준이 없고, 사모펀드(PE)와 장기투자자 차별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민영화 3대 원칙 중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정부 입장에서 은행 경영 참여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에 자격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의지이자 안전판인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글로벌 금융기관 등 누구도 적격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계 자본이나 해외 사모펀드의 경우는 여전히 적격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금융산업 발전 등 다소 모호한 원칙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과점주주 지배구조 실험 정부 입김 줄어들까

정부는 이번 과점주주 매각을 통해 우리은행에 대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실험을 단행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끝나면서 당장 차기 행장 선임부터 이들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은행장과 부행장 2명, 감사1명 등 총 4명인데, 앞으론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한다.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며, 정부 입김을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KB금융의 경우 정부 지분 단 1%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입김이 막강하고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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