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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잡스]①카리스마의 유산

  • 2013.09.10(화) 15:02

애플식 통합형 사업모델, 실리콘밸리 모방중
잡스 아이디어, IT 생태계 자양분·혁신 원동력

애플 창업주이자 ‘혁신의 상징’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오는 10월이면 2주년을 맞이한다. 잡스가 후계자 팀 쿡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준 것은 지난 8월로 2년이 지났다. 잡스 사후 애플은 혁신성이 떨어지면서 신제품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깜짝 실적’ 발표도 아득하다. 해외 매체들은 이제 삼성전자 신제품 루머를 연일 다루고 있다. 잡스 시절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곤 했던 기막힌 발표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는지 삼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잡스의 이름이 실리콘밸리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아직 정보기술(IT) 산업 곳곳에는 천재가 머물렀던 온기가 남아있다. 잡스가 바꿔 놓은 IT 생태계와 애플의 현재를 살펴보고, ‘포스트 잡스’로 거론되는 후보들을 조명해본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으나 그가 설계해 놓은 비즈니스 생태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잡스가 던져 놓은 아이디어들은 자양분이 되어 실리콘밸리에 끝없는 영감을 주고 있다. 잡스가 이끈 애플의 통합형(SW+HW+서비스) 사업 모델 성공에 자극돼 현재 거대 IT 업체들이 체질을 바꾸고 있다. 


◇ SW 강자 MS, 단말기로 눈돌린 사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일(현지시간)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를 인수키로 하면서 30년 이상 고수해온 사업 모델을 갈아엎었다. 그동안 운영체제(OS) 개발에 전념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다루며 이를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모바일 시대에선 기업 고객(B2B)을 상대로 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과감히 사업을 전환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B2C)를 대상으로 하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까지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MS가 하려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은 애플이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MS는 재미있게도 자사의 '숙적'인 애플을 따르려 한다.
 
[잡스(왼쪽)와 게이츠는 55년생 동갑이면서 최대의 라이벌 관계다. 두 사람은 각각 1976년(애플), 1975년(MS)에 창업한 뒤에 사업상 협력 관계로 만났으나 이후부터는 악연으로 일관했다. 잡스가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로 성공을 거두면서 게이츠는 위기를 맞았고, 게이츠가 매킨토시 방식을 개선한 윈도95를 내놓으면서 애플을 위기로 내몰기도 했다.]
MS는 원래 거대 IT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 모델로 성공한 케이스다. 빌 게이츠는 지난 1981년 미국 컴퓨터 제조사 IBM에 PC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주요 IT기업들과 B2B 방식으로 거래를 터왔다. MS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하고 PC 등 하드웨어는 제조사가 전담하는 분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누린 것이다. 마침 저가를 내세운 PC제조사 델 등이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20년 넘게 대중적인 IT 도구로 자리매김했고 MS는 IT업계 최고 몸값을 자랑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IT 환경이 바뀌면서 이 같은 사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IT 산업이 더 이상 기업이 아니라 개인 소비자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기업 사용자가 가장 먼저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접해본 다음 싸고 단순화한 후속 버전이 개인 소비자 손에 도착하는 순서였다. 지금은 정반대로 흐른다. 

검색 구글이나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 등 21세기 들어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낸 서비스는 모두 개인 사용자의 강한 지지를 얻어 폭발력을 갖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개인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없다. 기업 고객에게 위력을 발휘했던 '가격 후려치기'나 '다기능' 보다 일반 대중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리한 UI(이용자 환경)', '매력적 디자인'이 흥행 성공 키워드가 됐다.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개인 소비자 중심의 변화의 물결을 타고 성공했다.
 
[잡스는 신제품 발표회 말미에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라는 말과 함께 누구도 예상 못했던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며 청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했다.]
잡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IT 기기를 재미있고 편리하게 사용하는가 궁리한 끝에 산업의 흐름을 바꿨다. 빌 게이츠와 정반대의 통합형 사업모델을 시작했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통합한 것이다. 2001년 MP3 재생기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과 아이패
드 및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가 통합형 사업모델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애플식 사업 모델은 현재 IT 거대 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MS는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했고 구글도 한때 휴대폰 업계를 주무르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제조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닷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자체 개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전용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 애플의 존재감..150년 노키아 운명 바꿔
 
잡스가 떠난 애플은 지금도 IT 업계에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8월 시가총액 6235억달러(약 704조원)를 달성해 미국 기업 역사상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바 있다. 종전 최고 시가총액 기록은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9년 12월 MS가 세운 6133억달러였다. 애플은 잡스가 타계할 즈음인 지난 2011년 8월 엑손모빌의 시가총액 기록을 추월한 바 있으며 결국 MS의 기록까지 앞지른 것이다. 이후 애플 주가는 주춤하다 최근 차기 아이폰 신제품 출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엑손모빌을 다시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조달한 반도체 규모는 전년대비 14% 증가한 214억달러(한화 23조원)다. 애플은 지난 2011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등 손님’이었으나 지난해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스마트폰 덕에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휴렛패커드(HP)와 델 등 전통적인 PC 제조사들은 오히려 반도체 소비량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잡스가 숨결을 불어넣은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애플의 온라인 콘텐츠 장터 '앱스토어'는 지난 2008년 500개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6월 현재 90만개 이상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만 100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에서는 앱 개발로 2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6월 열린 개발자회의(WWDC)에서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갯수가 90만개에 도달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93%는 매달 다운로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음악 프로그램 '아이튠스'의 유료계정 수는 5억7500만개 이상으로 전년보다 약 2억개 가량 증가했다. 세계에 분포된 애플 직영 매장수는 현재 380개이며 하루에 1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잡스의 혁신은 수백년 역사의 기업 운명까지 바꿔놓고 있다. 제지공장으로 출발해 전력공급과 타이어 제조, 발전산업, 휴대폰 제조업 등으로 주력 사업을 교체하며 150년 역사를 거듭해온 노키아. 노키아는 애플이 열어놓은 스마트폰 시대에 뒤쳐지면서 14년간 지킨 휴대폰 선두자리를 지난해 삼성전자에 뺐겼다. 쇠락한 노키아는 최근 MS에 단말기 사업을 매각하면서 역사의 뒤안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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