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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보다 부동산'...중병인데 감기약 처방만

  • 2016.08.25(목) 17:13

주택 공급 물량 조절이 뼈대‥역효과 우려도
가계부채 고공행진에도 여전히 미시대책만

"지나치게 부동산 시장을 방어하려다보니 또다시 애매하고 밋밋한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한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의 촌평이다. 금융권과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평가가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책의 뼈대는 가계부채 증가, 특히 그 주범인 집단대출이 문제가 되니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해 대출을 관리하겠다 것이다. 

하지만 주택공급 단계별 심사 강화만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매제한 등 정작 집단대출을 관리할 강력한 카드를 모두 제외한 대책이어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면피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가계부채가 125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가계부채 정부대책 관련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공급 조절 효과 '글쎄'...되레 역효과 우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엔 주택당국인 국토교통부의 LH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조절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및 심사 강화로 공급을 조절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공급을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전체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분양 물량을 통제하기 쉽지 않고, 올해 이미 35만가구 이상 사업인가를 받은 상태에서 당장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공택지가 전체 공급 30% 차지해 직접적인 조절 수단이 될 수 있고, 전체적인 공급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분양승인제도는 연간 쿼터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통상 신청을 하면 결격 사유가 없으면 해줘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최근 개포동 주공3단지 분양 건의 경우 결국 분양가를 낮춰서 승인을 해 준 것처럼 다소 지연이 될 뿐이지 물량 자체를 조절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물량조절 방안이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물량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를 부추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 시장 위축될까 밋밋한 대책만 남발

전반적으로 부동신시장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당국의 인식이 강하다보니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책만 남발한 모양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빠진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토교통부에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국 부동산 시장 위축을 우려한 당국의 논리에 밀렸다.

금융당국 역시도 이런 주택공급 관리 대책을 핑계로 집단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뺐다. 주택금융공사와 HUG의 중도금보증을 100%에서 90% 부분보증으로 바꾸고, 중도금 1인당 보증건수 한도를 두 기관 합쳐 2건으로 제한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오는 10월 이후에나 시행된다.

오는 11월부터는 집단대출 차주에 대한 소득자료 확보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 집단대출 자체가 거부되는 게 아니어서 당장 집단대출을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에 대해 개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부동산시장과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봐가면 필요한 경우 단계적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125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과감한 규제 필요

알맹이 없고 실효성 떨이지는 대책만 늘어놓다보니 면피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가계부채가 125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만 33조원 넘게 급증해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 증가세를 보였다. 2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은행의 개별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 제외)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주담대 중 집단대출 증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4%에서 올해 상반기 49.2%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집단대출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수급조절이나 이러한 미시대책으론 실효성이 없는데다 기준금리가 한번만 더 내려가면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며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규모에선 조금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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