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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금융서 9~10등급 저신용자 사실상 퇴출

  • 2015.06.23(화) 09:30

최대 30만명 대출 거절 예상…개인워크아웃·파산 유도
중소 대부업자 최대 1500개 정리, 대형사 위주 재편

정부가 신용등급 9~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더는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제도권 금융에서 퇴출 절차를 밟는다.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였던 중소·개인 대부업체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3일 서민금융지원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회에서 서민에 대한 금융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서민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의 공급규모를 현재 4조 5000억 원 수준에서 5조 7000억 원 수준으로 늘리고, 대부업 최고금리는 34.9%에서 29.9%로 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대출 상한 금리도 1.5%포인트 인하한다.


이번 방안을 통해 2018년까지 신규로 총 270만 명에게 약 22조 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부업법 최고금리 인하를 통해서는 270만 명에게 4600억 원 수준의 이자 부담 경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소 대부업체·저신용자 제도권 금융서 퇴출

금융위는 이처럼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취약 경제 주체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의 '효과'를 분석하면서, 대부업체 500~1500개 감소를 예상하고, 9~10등급의 저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실제 최고금리가 66%일 때 1만 8197개에 이르던 대부업체 수는 최고금리가 34.9%가 된 뒤 8794개로 감소했다.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계는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상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자율 상한이 내려갈수록 비효율적인 중소업체가 경쟁에서 도태되고 대형 업체의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총 업체 수는 줄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비용, 규모 및 채널 효율성 면에서 더 효율적인 업체만 시장에 남게 되는 시장 경쟁구조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 이자율 상한 및 대부업체 추이


자연스럽게 개인 대부업체 등에 기대왔던 저신용자들의 대출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계의 승인율은 23.9%다. 지금도 대부업체를 찾는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80% 가까이 거절되고 있는데, 앞으로 대부업체의 심사가 더욱 깐깐해지면 이들이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금융위도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최소 8만 명에서 30만 명의 저신용자 대출이 거절되고, 이중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는 이들은 3만 명에서 9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 파산 신청·워크아웃 유도…사금융 이용 가능성은 미완의 과제

 

금융위는 불법 사금융 단속을 통해 이들의 추가 대출을 차단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이나 법정 파산·개인회생 등 채무조정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앞으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라는 제도권 금융을 통해 빚을 늘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정각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개인 대부업자까지 법의 보호 영역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 있다"며 "중소대부업체가 9~10등급 저신용자들을 커버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신용회복위원회 등 정책금융 영역으로 포함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에게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계속해주는 것보다는 개인회생 신청이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이나 법정 파산 및 개인회생 절차를 밟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추가 보완책으로 채무조정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소액 한도의 신용카드 발급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의 서민금융 역할 강화도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중금리 대출 등 적극적인 서민금융 상품 출시를 요청했다.

 

다만 저신용자들이 병원비 생활비 등 당장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들은 당장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워 사금융 이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대부업체와 거래하는 이들이 더 나은 금융권역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책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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