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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히든카드]①한풀 꺾인 흥행열기 왜?

  • 2016.09.20(화) 11:16

'적자에 내정설까지' 뜨뜻미지근한 입찰분위기
강남 코엑스 부근, 신규면세점 경합지 될수도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입찰마감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새로 부여되는 특허권은 총 4장이다. 이중 3장이 대기업군 몫으로 돌아간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시작된 면세점 특허권 전쟁을 살펴봤다. [편집자] 

 

 

"중국의 '하이난'과 일본의 '오다이바', 대만의 '금문도'와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 명소로 키우겠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시내면세점 사업을 위해 출범시킨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월 서울지역 면세점 입찰 마감을 두달여 앞두고 일찌감치 이 같은 내용의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난과 금문도는 초대형 면세점을 앞세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도시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시내면세점이 들어선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 대만과 경합하겠다던 HDC신라가
올해는 사업확대의 기회가 왔음에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던 한화갤러리아는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두산도 신규면세점 획득보다는 지난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의 안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식어버린 면세점 열기

정부가 서울에 4곳, 부산·강원에 각각 1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키로 했지만 대기업들의 기류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내달 4일 마감하는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현재까지 참여를 확정지은 곳은 롯데면세점·SK네트웍스·현대백화점에 불과하다.

특허권 획득에 실패해 '실지(失地) 회복' 차원에서 재진입을 노리는 롯데와 SK를 제외하면, 신규로 면세점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최근 100억원을 들여 면세점법인(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설립한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지난해 두차례 실시된 면세점 입찰에 현대산업개발·한화갤러리아·신세계·두산·현대백화점·이랜드 등 신규 진입을 바라는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불꽃경쟁을 벌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시내면세점을 두고 대기업들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뭘까. 유통업계는 실적부진과 경쟁격화, 심사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꼽는다.

◇ 레드오션으로 변한 면세점

올해 상반기 신세계DF·한화갤러리아·HDC신라면세점 등 신규 면세점들은 각각 1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문을 연지 얼마 안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손실폭이 컸다.

기존 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호텔신라의 올해 2분기 면세점 영업이익률은 1.8%로 지난해 같은 기간(4.1%)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신규업체들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돈을 써 관광객을 끌어오는 구조가 면세점 전체의 수익악화를 불렀다"며 "면세업의 노하우 없이 덤볐다가 직매입 부담과 명품 유치의 어려움 등을 절감한 신규업체일수록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이 끝나면 서울에만 면세점 13개가 영업하게 돼 경쟁격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깜깜이 심사가 키운 학습효과

면세점 입찰에서 당락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도 기업들이 좌고우면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은 입찰로비와 심사결과에 대한 논란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심사위원 명단은 물론 각 업체의 구체적인 순위와 채점근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떨어진 기업들 사이에선 사전낙점설이 흘러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누구에게 줄지 정해놓고 다른 기업들은 들러리로 세우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흥행열기는 지난해에 비해 덜하지만 막판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현재 신세계DF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코엑스몰 등 강남지역 2~3곳을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면세점 입찰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HDC신라도 강남 코엑스몰 맞은편 아이파크타워에 면세점을 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 경우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현대백화점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지금도 코엑스몰에는 롯데면세점이 영업하고 있다.

 

신세계DF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은 하고 싶다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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