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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누구', 겉과 속 모두 바뀐다

  • 2016.09.21(수) 16:48

SK텔레콤, '누구나 주식회사' 설립…초대 CEO 이두희 씨
전문가 그룹과 사용자 참여로 AI 개선

SK텔레콤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의 겉과 속을 전문가 그룹과 일반 사용자 참여로 개선하는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AI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선다.

 

우선, 인기 캐릭터 '뽀로로' 목소리가 추가되고, 디자인도 바뀔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와도 연결된다. 장기적으로는 '누구'와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사용자 맞춤형 인공지능'으로 진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사용자의 음악 청취 습관, 기상 시간 데이터를 '누구'가 파악해 특정 음악을 또 듣는다고 지적하며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고 간섭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 사진 왼쪽부터 성우 소연(겨울왕국 엘사역), 성우 이선(뽀롱뽀롱 뽀로로, 뽀로로역), 김민호 부산대 한국어정보처리연구실 책임 연구원, 김숙연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이두희 누구나주식회사 CEO,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사진=김동훈 기자]

 

SK텔레콤은 21일 서울 이태원로 스트라디움에서 이런 내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과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가상의 회사 '누구나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주식회사는 인공지능, 한국어,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과 일반 사용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서비스 진화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연예인 김태희 씨의 서울대 졸업사진을 해킹·유출한 것으로 유명한 해커 이두희 씨가 맡아 인공지능 진화 프로젝트를 지휘한다. 전문가 그룹에는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뇌인지과학연구소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한국조명디자이너협회 ▲한국성우협회 ▲한국어정보처리연구실 등이 참여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누구 홈페이지(www.nugu.co.kr)에서 매월 개최되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첫 아이디어 공모전을 '누구'의 대화 능력향상을 주제로 내달 3일까지 연다.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면 삼성전자 최신 노트북, 블루투스 이어폰 '기어 아이콘X', 멜론 이용권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다.

 

▲ [사진=SK텔레콤]


인공지능 누구의 기능과 외관은 실제로 어떻게 개선될까. 우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를 연기한 소연과 '뽀롱뽀롱 뽀로로'의 뽀로로를 맡았던 이선 등 성우들이 나서 인공지능의 구연동화 기능을 연구한다. '누구'에는 현재 20대 중후반 여자 비서의 목소리를 연기한 버전만 녹음돼 있는데, 뽀로로의 목소리 등도 추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선 씨는 "구연동화뿐만 아니라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인공지능에게 '우리 아이 한글 공부 시작해줘'라고 말하면 작동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목소리를 녹음한 소연 씨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구축하면 기계가 아닌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다양한 감정을 담은 표현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어 이해능력도 더욱 고도화된다. 김민호 부산대 한국어정보처리연구실 책임 연구원은 "인공지능에게 '옷 다리게 준비해줘'라고 지시했을 때 다리미 전원을 켜는 게 아니라 약탕기 전원을 켠 뒤 '약을 달이게 준비했다'고 답할 수도 있다"며 "단순한 텍스트뿐만 아니라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부분, 한국어 사투리에 담긴 감정 등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와 연계한 생활 서비스 개발도 진행된다. 정재승 교수는 "인간의 삶이 생각보다 단조롭고 쓰는 어휘도 단조롭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자주 묻고 지시하는 내용을 파악해 말과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특정 음악을 지금까지 몇 번 들었다고 말해주는 등 사용자 맞춤형 또는 예측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병탁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학습을 거듭하면 사용자의 생각과 감정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가 이 인공지능과 감정이 통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강아지와 같은 가족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문과 지시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먼저 말을 거는 기능을 선보이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조명 디자이너들은 상황에 따른 '누구'의 조명 연출 방안 연구 등을 추진한다. 김숙연 교수는 "현재 누구의 디자인은 도화지 상태여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하며 "유형의 제품이지만 음성으로 작동되므로 UI(사용자 환경)보다 UX(사용자 경험)을 통해 디자인과 기능을 개선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자 주도로 제품을 바꾸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경험을 제품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두희 CEO는 "한 회사의 연구 인력만으로는 인공지능의 진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집단지성이 모이면 단기간 내 인공지능 기술이 괄목할 성장을 거둘 수 있다"며 "제안된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실제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해 아직 걸음마 하는 아이 수준인 인공지능을 어른 수준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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