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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파업전야…노조는 비장, 은행원은 눈치

  • 2016.09.21(수) 18:06

성과연봉제 반대하지만 파업 참여도 주저

은행원 이화신 씨(가명)는 성과연봉제가 못마땅하다. 팀워크는 아랑곳없이 평가 지표만 신경 쓰는 동료가 승승장구할 걸 생각하면 더 꼴불견이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내건 총파업 참여도 꺼려진다. 파업 당일 중요한 계약이 있는 데다, 지점장 눈치도 보이는 탓이다.

전국금융산업조동조합이 오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은행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결과적으로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엔 반대하면서도 정작 파업 참여는 눈치를 보고 있다.

◇ 노조 vs 은행원 온도차

노동조합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에 금융권 노동운동의 존폐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금융권은 물론 다른 업계의 성과연봉제 도입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조합원 10만 명 중 9만 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여율이 20%에 그쳤던 2014년 총파업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이슈 자체가 민감한 사안인 데다, 당시 계약직 직원들이 무기계약직 등으로 전환되면서 조합원도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원들은 성과연봉제엔 반대하면서도 파업 참여는 조심스럽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성과연봉제는 단순히 임금 문제를 넘어 직업 윤리까지 흔들 수 있는 만큼 반대한다"면서도 "파업 당일 날 잔금 대출 등 중요한 업무가 많아 쉽사리 참여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윗사람들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파업 참가자가 노조의 기대엔 크게 못미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 이명근 기자 qwe123@

◇ 성과연봉제 뿔난 은행원들


성과연봉제에 대한 은행원들의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한 시중은행원은 "은행 업무 중 수치화할 수 있는 실적은 20~30%에 불과하다"면서 "되레 평가 지표에 집착하다 보면 다른 업무에 소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은 "회사를 나갔으면 하는 직원들이 오히려 수치상으로 잡히는 실적만 챙겨서 해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실적을 정량화하는 방식으론 실제로 무능한 직원들을 거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국책은행 부지점장도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적이 될 수 있고, 변변찮은 고객은 다른 행원에게 넘겨버릴 수 있다"면서 "우리 지점 직원들은 대부분 파업에 참가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행원들은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이명근 기자 qwe123@

◇ 외부 영업•창구 상담 차질

총파업 당일 외부 영업이나 창구 상담 업무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업점 방문 고객 대다수가 고령층이라는 것도 문제다. 젊은 층은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으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타격이 크지 않지만, 고령층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파업 당일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직원의 파업 참여율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 중이다. 사고나 천재지변 발생 시 쓰는 비상운영 계획을 적용할 수도 있다.

같은 영업권 내 커뮤니티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특정 지점의 인력이 많이 빠지면 다른 지점에서 충원하는 식이다. 파업 참여율이 높을 경우 조합원이 아닌 부점장급 직원들이 창구 업무에 투입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총파업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파업은 철회해야 한다"면서 "파업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생기면 민형사상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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