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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오리온'..동양 최대 위기

  • 2013.09.23(월) 09:30

오리온, 동양 자금지원 요청 거절
동양, 연내 8천억 CP 상환 힘들수도

오리온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매 기업’ 동양그룹의 자금지원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오리온은 23일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오리온은 “동양그룹이 오리온그룹에 자금 지원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외 투자자들 및 주요 주주들로부터 우려의 문의와 상황설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이 오리온에 지원을 요청한지 13일만에 내린 결정이다. 지난 10일 이혜경 동양 부회장은 어머니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을 통해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매기업의 SOS에 쉽게 거절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오리온은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계열사 자산과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5000억~1조원 가량의 자사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겠다는 동양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로써 동양은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발행한 단기성 자금은 기업어음(CP) 8946억원, 단기사채 2562억원 등 총 1조150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7000억~8000억원의 CP는 올해까지 상환해야한다. 회사채까지 포함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오는 26~27일 청약하는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그나마 그 동안은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활용해 회사채와 CP를 팔았지만, 다음달 부터는 그 길마저 막히게 된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도가 낮은 계열회사가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통해 자금조달할 때 금융 계열사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미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작년 말  동양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투기등급)로 강등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1일 동양에 대해 “주요 계열사의 단기차입금 상환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유동성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계획된 자산매각의 지연으로 유동성 확충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은 작년말 구조조정 선언이후 레미콘 공장 44개 중 21개(매각대금 1159억 원)와 파일사업부( 1170억 원)를 매각했을 뿐, 올 상반기까지 2조원을 마련한다는 목표에 한참을 못미친다.

오리온은 섣불리 동양을 도왔다가,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이화경 부회장(14.49%), 담철곤 회장(12.91%) 등 최대주주가 28.81%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관희 이사장의 오리온 지분 2.66%가 이미 동양네트웍스에 담보로 잡혀있고, 담 회장 등의 주식담보대출을 빼면 현재 담보 제공 가능한 주식은 20.26%에 불과했다.

정성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로 동양에 담보를 제공했을 경우, 경영권 방어 등 오리온의 심각한 경영권 공백이 우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양과 오리온이 2002년 완전히 계열분리된 상황에서 ‘친족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의 자금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동양이 알짜 계열사인 동양파워를 팔아 CP 부도 사태를 막거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문제는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다.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상환 기일전에 부도나면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은 오리온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동양,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모두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오리온은 전거래일 대비 5.11% 오른 96만7000원에 마감했다.

 

동양 회사債 '대박'인가 '폭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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