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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 꽂힌 케미칼]③"한발 늦었지만 해볼만하다"

  • 2016.09.22(목) 16:30

글로벌기업 농업·화학 분야 장악
韓업체 바이오화학 경쟁력 확보 가능

글로벌 화학사들이 석유가 아닌 바이오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력 사업 재편은 물론 대규모 M&A를 통해 바이오와 화학이 융합된 거대기업의 탄생도 머지않았다. 국내 화학사들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 짜여지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구도를 들여다보고 글로벌 화학사들이 찾고 있는 새 성장동력을 통해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화학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바이오산업중 그린바이오 등 글로벌 화학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농업·화학 분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단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이 지난해부터 시장 트렌드를 좇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인수하며 바이오사업 분야 다각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아직 버거운 상태다. 사업 규모는 물론 기반 기술에도 약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장점을 가질 수 있는 화이트바이오 산업을 준비하는 것도 미래를 대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메이저가 장악한 시장, 돌파 가능할까

 

바이엘(Bayer)의 몬산토(Monsanto) 인수 합의로 글로벌 농업·화학 시장은 바이엘-몬산토, 다우케미칼-듀폰, 켐차이나-신젠토 등 3대 메이저 기업이 장악할 전망이다. 이들은 비료를 제외한 농업·화학 시장의 60~70%를 점유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시장은 연구·개발(R&D)이 중요한 분야다. 바이엘 역시 몬산토 인수를 통해 R&D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이후 이 회사의 R&D 인력은 1만명에 육박하며 바이엘은 연간 3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신규 작물 보호제 개발비용은 3억달러, 종자 개발에는 1억5000만~2억달러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후발 업체로서는 대규모 투자 자금 마련도 어렵고, 제품 개발에 대한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어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3대 메이저의 과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팜한농과 생명과학 인수로 바이오사업 다각화에 나선 LG화학 역시 이들 기업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낮추고, 10년 후를 내다본 투자라면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성장으로 LG화학은 많은 현금을 쌓아둔 상태”라며 “중국 정부의 견제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힘든 가운데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팜한농과 생명과학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LG화학의 바이오기업 인수는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나 듀폰과 다우케미칼의 합병 등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 기업과 경쟁하기 보다는 내수 농업·화학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찿기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잘 하는 것을 찾아라

 

바이엘이나 다우케미칼, 듀폰 등 농업·화학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 글로벌 화학사들은 대부분 정밀화학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전부터 제약을 비롯한 화학공학 등 정밀 기술을 갖고 있어 유전자 변형(GM)이 핵심인 종자나 작물 보호제 등에 기술 활용이 가능하다. 농업·화학 사업을 하기 위한 베이스(Base)가 갖춰졌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 기업 대부분은 석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나프타 등 원유를 바탕으로 하는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이다. 이런 이유로 정밀화학 기술이 필요한 그린바이오 분야보다, 석유화학 제품을 대신하고 기술 강점이 있는 바이오화학 분야는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업·화학 등의 분야는 국내 화학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보다 규모는 물론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커 경쟁이 쉽지 않다”며 “바이오플라스틱 등 기술력을 갖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바이오화학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GS칼텍스 바이오부탄올 파일럿 플랜트

 

실제 GS칼텍스 등 일부 기업은 바이오부탄올 등 바이오화학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07년 관련 연구를 시작한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분리정제 통합공정 기술을 확보했고, 상업화를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준양산 단계로 볼 수 있는 데모 플랜트를 2014년부터 준비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데모 플랜트 실증 후 사업화와 함께 플랜트 수출, 기술 라이선스 판매 등도 계획하고 있다”며 “향후 본격 생산단계를 대비해 바이오부탄올 생산원료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이트바이오 강국이 되려면 더 많은 화학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신성장동력 바이오화학산업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화 리스크 등을 이유로 바이오화학 분야 개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강점을 지닌 기존 석유화학 기업의 경험을 바이오화학 산업화에 반영하려면, 우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등 이해당사자간 소통과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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