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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 또 발목 잡히면 이것 때문

  • 2013.09.12(목) 11:04

주식펀드 환매 본격화..외국인의 매물 소화력 주목
가격부담·불확실성.."박스권 상단 돌파는 아직 불안"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김나연(45·가명)씨.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가 3개월여만에 2000을 넘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다. 과거 펀드를 들었던 시점이 2000선에 근접했을 때였기 때문. 이제 겨우 본전을 만회한 셈이다. 김 씨는 그간 오름세가 시원치 않았던 코스피를 떠올리며 고민에 빠졌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만회했으니 들고 있던 펀드를 일단 환매해 털어낼지, 조금더 들고 갈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12일 코스피 지수가 3개월여만에 2000선을 돌파한 후 안착을 위한 공방에 나섰다. 장초반 소폭 하락세로 시작했지만 외국인의 줄기찬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상승반전했다. 이날 역시 외국인은 사고, 기관과 개인은 열심히 파는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그간 시장은 코스피가 2000을 넘을지에 대해 긴가민가했고 여전히 2000선 안착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상태다. 외국인이 계속 사준다면 더 갈 수 있지만 얼만큼 더 사줄지, 최근처럼 강한 매수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가운데 2000선 안착을 가로막을 변수도 하나둘씩 지목되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아직은 추세상승을 예단하기보다 박스권 상단을 높여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 2000넘으면 주식펀드 환매 복병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만의 차별화와 저평가 메리트를 감안할 때 아직 살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2000선을 넘어서면 외국인만으로 오를 수 없다는데 있다. 과거 2000선을 돌파했던 세차례 국면에서도 외국인만큼은 2000선을 넘어선 후 매수 강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업계는 공통적으로 주식형 펀드 환매를 지목하고 있다. 펀드환매가 외국인 순매수 효과를 상쇄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2000선 안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본전 욕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을 넘어서야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박스권을 넘어서는 과정에서는 펀드환매가 이어지고 외국인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지수 견인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외국인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

 

외국인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외국인이 그들만의 수급으로 지수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이들 역시 어느정도 고점이라고 판단하면 매수 강도는 현저히 약해질수 있다. 아직 민감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지만 점점 낮아지는 달러-원 환율도 외국인에게는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성격을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비중 조절로 이해한다. 이를 감안해도 외국인 매수는 일정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란 한계를 갖고 있다.  

 

박소연 한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나 코스피 상승이 본격적인 경기회복 징후라기보다는 최근 중국발 호재로 인한 숏 커버링 성격의 '미니 사이클'로 보고 있다"며 "과도한 할인상황이 정상화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줄여놓었던 한국 주식의 비중을 다시 기존 상태로 늘리는 중이라는 얘기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기관과 개인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내고 있지만 과거에도 매물 출회로 인해 조정국면이 반복됐다"며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로 2000포인트 이상을 기대할 순 있지만 개인·기관과의 수급대립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넓은 박스권 상단 너머는 아직 불안

 

이렇다 보니 추세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맞춰, 박스권 상단이 올라가는 선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지수 견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최근 지수가 오르는 사이 시장에서 누누히 제기돼 왔던 9월 위기설 악재에 따른 불확실성 등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조성준 연구원은 "가격부담이나 추석연휴 등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차익실현하는 단기 트레이딩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LIG증권의 김유겸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는 미덥지만 조정없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매물 소화과정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정치, 경제 이벤트가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매물이 소화되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일정부분 차익실현을 하거나 주식 비중을 잠시 줄이면서 이벤트에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조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까지 1800선 중반에서 2050선까지 형성된 넓은 박스권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지수가 오를수록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순매수는 더 커져야 한다"며 "상반기 외국인 매도의 절반 이상이 이미 시장에 돌아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2050선으로 설정된 코스피 박스권 상단을 뚫는 것이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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