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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리스크를 먹고 산다

  • 2013.09.12(목) 11:15

해외건설이 대형건설사의 구세주에서 저승사자로 돌변했다. 해외건설에서 손실을 입은 건설사들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CEO를 자르고 있다. 조직을 추스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에서 쓴잔을 든 이유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건설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미 대형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해외7 대 국내3’으로 재편된 상태다. 해외건설 포기는 사업을 접는 거나 마찬가지다.

 

해외건설이라는 외나무다리를 건너 살아남으려면 리스크를 끌어안고 뚜벅 뚜벅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장수를 잃을 수도 있고 무수한 병졸을 잃을 수도 있다. 피해를 줄이려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찾고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심옥진 전 현대건설 사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해 “해외건설은 리스크를 먹고 산다. 공정률 5%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벡텔의 매뉴얼을 보면 공정률이 85%가 되면 청산을 준비하라고 돼 있는데 이는 리스크를 너무 늦게 발견하면 손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암 덩이가 커지기 전에 치료를 해야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외건설 리스크는 ①저가 수주 ②원가율 상승 ③숙련 노동력 부족 ④공기 지연 등을 꼽을 수 있다. 저가 수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제살 깎아먹기다. 여기에 자재 값이 오르고 인력 관리에 실패하면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발주처에서 공사기간을 줄여 발주하면서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문제도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는 특유의 ‘빨리 빨리’ 정신으로 공기 단축의 신화를 써왔는데 이제는 도리어 공기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 리스크가 갑자기 불거진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수주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대학생이나 감당할 과제를 떠안게 되니 탈이 난 것이다. 이를 두고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음식을 많이 먹고 체한 상황과 같다”고 표현했다.

 

건설사들은 이번 기회를 기초체력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공사계약 관리 및 클레임에 대한 대비책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매출 10조원-영업이익 1조원의 벽을 뛰어넘는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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