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터진 우리은행 매각, 첫 관문 넘었다

한화생명, 한투, 키움 비롯 국내외 투자자 18곳 참여
희망물량 최고 120%‥본입찰 성공 결국 주가가 변수

우리은행 매각이 흥행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국내외 투자자 18곳이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전략적 투자자라고 밝힌 투자자도 여러 곳이고, 이들의 인수 희망 물량도 최고 119%나 된다. 정부의 매각 물량인 30%를 훌쩍 뛰어넘어 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셈이다.

오는 11월 본입찰까지의 주가 흐름이 변수이긴 하지만 인수 희망 후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과점주주 매각의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 한화생명·한국투자 비롯 국내외 사모펀드 가세해 10여곳

금융위원회는 23일 우리은행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총18개 투자자로부터 82~119% 수준의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개별투자자의 인수희망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 수량인 8%까지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도 10곳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다섯번째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네차례 실패를 안겼던 경영권 매각 방식 대신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택했다. 정부 지분 중 30%를 4~8%씩 쪼개서 파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한화생명이 우리은행 투자를 공식화했다. 어제(22일) 이사회를 통해 우리은행 4%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금융지주도 이날 공시를 통해 주력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참여지분율은 향후 실사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보여 유동적인 상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8%까지 인수할 유력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금융주력자(금융자본)에 해당하고 증권-은행간 협업과 시너지 등 사업다각화를 고려할 때 전략적투자자(SI)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게다가 한국금융은 카카오뱅크에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등 은행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최대 수량인 8%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계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통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키움증권이 4% 인수 의향을 밝혔다. 이외에 국내외 사모펀드 중에서 CVC캐피탈, IMM PE, H&Q 코리아 등이 참여했고, 중동계 펀드도 국내 투자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주가 너무 오를라

18곳의 투자자들이 인수의사를 내비치면서 흥행에 성공, 민영화를 위한 첫 걸음도 성공적으로 뗀 듯 보인다. 앞으로 본입찰에서 이들 중 몇 곳의 투자자들이 얼마만큼의 희망비율을 써낼지가 관건이다.

앞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분 30%를 매각하는 것이어서 최소한 입찰 희망 비율이 60%는 돼야 한다"며 "입찰 희망자 수보다 이들이 인수하려는 퍼센트가 더 중요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인수희망비율이 애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인수를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 정부는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분 30%를 7~8곳의 투자자들이 인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들 중 일부가 실사 후 이탈한다고 해도 본입찰에 미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 매각 발표 이후 오름세를 타고 있는 우리은행 주가는 변수다.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2일 우리은행 종가는 1만250원이었다. 이후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면서 LOI를 접수한 이날 1만135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공적자금 원금회수 가격은 1만2980원이다. 원금 회수가격에 가까워질수록 정부 입장에선 반길 일이지만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본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도 "은행주 중에서 1만원 안팎으로 저평가 돼 있어 투자 매력도가 컸다"며 "본입찰 전까지 너무 오르면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