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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진퇴양난' 주유소의 눈물

  • 2016.09.27(화) 11:42

초기 투자비만 20억원 이상
1만2천개중 적정 주유소는 7천~8천개

지난주 충북 청주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일가족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들은 운영하던 주유소 2곳의 경영난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주유소 경영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과거 ‘현금부자’로 일컬어지며 선망의 사업이기도 했던 주유소가 이젠 골칫덩이가 된 셈입니다. 

 

주유소가 너무 많이 생겨난 탓에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내수 경제는 침체되면서 주유소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해 이슈였던 유류세와 카드수수료 등도 주유소가 안아야할 부담이기도 하죠.

 

주유소 경영난이 심각해도 영업을 접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하탱크를 비롯한 시설물 철거와 주변 토양환경을 원상복구 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서죠. 주유소 경영자들 입장에선 진퇴양난입니다.

 

 

◇ 주유소 차리는데 22억원, 남는 돈 월 550만원

 

국내 한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 사례를 들여다보죠.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이 주유소는 대지 400평 규모에 직원 3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들어간 비용은 22억원 가량입니다. 부지 매입을 위해 20억원(3.3㎡ 당 500만원)을 사용했고, 지하탱크와 사무실, 주유기 등 주유소 시설을 갖추는데 2억원이 들었습니다. 이 가운데 12억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습니다.(대출이자 3%)

 

이 주유소의 한 달 석유제품 판매량은 1000드럼입니다. 최근 4개월 평균 마진이 드럼 당 1만8000원임을 감안하면 매출이익은 1800만원입니다.

 

매출이익은 지역과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규모가 클수록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 협상력이 커지지만 영세한 주유소는 그렇지 못하죠. 규모가 작을수록 매출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이 주유소는 직원 3명을 고용해 월 150만원씩 총 450만원이 급여로 빠져나갑니다. 4대 보험료와 식대, 전기료 등을 비롯한 판매관리비가 총 945만원 정도인데요. 요새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주유시 카드결제를 하죠. 이 때 발생하는 신용카드 수수료 300만원도 판관비에 포함됩니다.

 

이와 함께 초기 투자비용에 사용된 은행 대출금에 따른 이자 300만원을 제외하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약 550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실제 벌어들이는 소득은 더 줄어들게 되죠.

 

지난해 한국노총이 발표한 4인 가족 표준 생계비가 556만~683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도심일수록 땅값이 비싸 초기 투자비용은 더 늘어나고, 땅값이 싼 외곽 지역에선 판매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주유소 경영자들이 버는 돈은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 주유소 과당경쟁, 구조조정 필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주유소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등록 주유소는 1만2633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4곳 줄어든 수치인데요. 폐업신고를 하지 못한 채 유령으로 남아있는 주유소를 더하면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1995년 주유소간 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주유소 등록 건수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10년 당시 등록된 주유소는 1만3349개에 달했습니다. 

 

주유소의 급격한 증가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유소 경영은 더욱 험난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알뜰주유소의 등장도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죠. 결국 주유소는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감소 폭도 해마다 늘며 약 6년 만에 전국에 716개의 주유소가 사라졌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공급과잉 수준입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선 적정 주유소 숫자는 7000~8000개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주유소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1만2000개가 넘는 상황이라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주유소협회는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영난에 주유소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실제 추가 비용으로 인해 폐업 신고를 하지 못한 채 영업을 접은 주유소가 1000여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주유소 설립시에는 석유제품 보관을 위한 지하탱크 등 기반 시설이 필요한데요. 주유소 업계에선 폐업 시 지하탱크를 포함한 시설 철거비와 토양오염 정화 등을 위해 약 1억50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유소협회가 공제조합을 설립해 폐업을 원하는 사업자를 도우려는 이유죠.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유소 사업자들은 주유소를 접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폐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며 “자발적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공제조합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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