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국감장에 발 묶인 금융위

  • 2016.09.27(화) 18:24

정무위 국정감사 결국 파행…정부 책임 회피하나

"너무 오랫동안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힘들 것 같으니 임종룡 금융위원장님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관영 국민의당 간사)

이 때가 오후 2시 55분이었습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요. 5시간이 흘러서야 돌아가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가계부채 등 금융위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와 실무자들은 시급한 현안을 놔두고 기약없는 국감장에 발이 묶여야 했습니다. 이날 국감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고요.

▲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 여당 의원의 불참으로 이날 국감은 결국 파행했다.<사진=이세정 기자>

금융위 직원들은 아침 일찍 국감장에 집합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이 이슈인 만큼 기업구조개선 과장과 팀장 등 주요 실무진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습니다. 예상대로 국감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정무위 위원 24명 중 야당 의원 13명만이 참석했습니다. 

금융위는 혹시라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올지 몰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오후에도 새누리당의 의원들의 소식이 없자 금융위 직원들도 긴장이 풀린채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고요.

최근 금융위엔 중대한 현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한진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을 비롯해 기업 구조조정 현안, 가계부채 문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까지 수두룩합니다. 머리를 싸매도 모자를 판에 온종일 열리지도 않는 국감장에서 허송세월을 보낸 셈입니다. 

급기야 야당 의원들은 증인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증인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고, 김관영 의원도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증인들로부터 의혹에 대해 해명을 듣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합니다.

사실 이날 국감은 열리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여야간 대치하는 동안 임 위원장 등을 하루종일 붙잡아 놓을 게 아니라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는 없었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이번 국감에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기업 구조조정 청문회가 맹탕 청문회란 비판을 받으면서 서별관회의나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한 의혹들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의 침묵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추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거부를 두고)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안 때문이라고 보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 의원이 밝혀내고 정부에 시정 조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