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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주의보]①인사 재난에 떠는 금융권

  • 2016.09.28(수) 11:26

주인 없는 은행과 금융공기업 '낙하산 놀이터'로
정찬우·현기환 등 금융 낙하산 루머 단골 주인공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말로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낙하산은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되는 지름길이다. 낙하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의 현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딩동! <긴급재난문자> 하반기 금융권 낙하산특보 발령 중! 금융공공기관, 은행권 등 상습 피해 지역, 위험지역 등 안전에 주의하세요.'

요즘 금융권의 현실이 이렇다. '금융인사안전처'란 기관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문자가 발송되지 않았을까.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금융권이 어김없이 낙하산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올 연말 혹은 내년 3월까지 9곳 이상의 금융기관장 임기가 돌아오자 막차에 오르려는 낙하산 후보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정찬우에서 현기환으로...낙하산 루머 단골 '바통'


기업은행은 최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거취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정리되면서다.

다시한번 내부 출신 은행장을 기대하려던 즈음, 이내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루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현 권선주 행장 등 3연속 내부출신 은행장의 명맥을 잇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업무 범위나 형태 등을 볼 때 시중은행에 가까워 내부 출신 행장에 힘이 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어서다. 정찬우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낙점받은 배경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현 전 정무수석은 앞서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 잇달아 시중은행장 물망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 전 수석은 옛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 출신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긴 하다.

다만 국민은행 안팎에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를 금융인보다는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주택은행 시절엔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현 전 수석이 국민은행이 아닌 기업은행장 후보로 급부상하자 KB금융은 내심 환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기업은행엔 '현기환 주의보'가 내려진 셈이 됐다. 현 전 수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하고 싶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주인 없는 금융권 낙하산의 주된 표적

낙하산을 노리는 인사들은 이처럼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이들에겐 '주인 없는 은행(?)'은 공공기관만큼이나 제격이다. 

KB금융의 경우 낙하산 인사들간 내부 다툼이 벌어졌을 정도로 특히나 외부 입김에 취약했다. 총선 직후엔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 밑에서 일했던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국민은행 감사로 올뻔 하기도 했다.

은행장 분리 얘기는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특정인이 은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현대증권 인수를 비롯해 여러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KB사태는 약이 됐다.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용인하면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은행이 또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현 전 수석이 결국엔 정부가 인사권을 가진 기업은행으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더 약한 고리를 찾아간 셈이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나 줄줄이 임기가 끝나는 다른 기관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까지 임기가 돌아오는 기관장 중에서 신용보증기금을 제외하고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보험개발원등 대부분 전·현직 관료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국회 정무위 소속)이 금융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 27곳 의 전체 임원(사외이사 포함)을 대상으로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직 임원 255명 중 40%에 해당하는 97명이 관피아, 정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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