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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주의보]②격이 다른 금수저 '정피아'

  • 2016.09.29(목) 14:16

권력 등에 업은 '정피아' 활개
금융산업 경쟁력 후퇴의 주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말로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낙하산은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되는 지름길이다. 낙하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의 현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부채가 없다." (2013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홍 전 회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본인이 낙하산이니 산업은행 자회사 낙하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홍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임기 초 낙하산 얘기가 나오면 이런 논리로 대응했다. 낙하산이냐 아니냐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사실 낙하산 여부보다는 전문성 등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늘 있었고, 전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실패의 상징이 돼 버렸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선 무능력을 드러냈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으로 임명됐다가 물러나는 과정에선 무책임함을 보였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정피아의 무능력 혹은 무관심

홍 전 회장은 정치 낙하산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긴 하지만 금융 실무 경험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조선·해양업종의 침체는 외부적인 영향이 컸고, 홍 전 회장 취임 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라고 해도, 대응하는 과정에서서 무능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홍 전 회장의 사례는 정권이 보은 차원에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정피아는 무능력으로 일을 망치거나 아니면 아예 노골적으로 경영과 무관하게 자리만 꿰차고 있어 우리나라 금융산업 후진성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


이번 정부에서도 금융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도 정피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 출신인 이수룡 기업은행 감사, 한나라당 출신인 김기석 신용보증기금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금융권 낙하산 루머에 단골로 등장하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주택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의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정피아'로 여겨진다.

◇ '정무적' 판단에 치중해 매번 사고

정피아의 다른 특징은 정권과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다는 점이다.
홍 전 회장의 경우 제왕적 태도로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기업 구조조정의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운 뒤 AIIB 부총재로 영전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현 정권에서 금융권 요직을 꿰차고 있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회)나 지난 정권 득세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또 4대 천왕이라고 불렸던 강만수(산업은행)·이팔성(우리금융)·어윤대(KB금융)·김승유(하나금융) 회장 등도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설령 전문성을 갖췄더라도 정무적인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정책에 마음대로 관여하거나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하다 정권 말이 되면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4대 천왕 등 정치금융 인사가 한국 금융을 20년 후퇴시켰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번 정권에선 서금회나 홍 전 회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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