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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주의보]③탈많은 은행보다 증권이 '꽃보직'

  • 2016.09.30(금) 10:44

상대적으로 티 덜나는 증권 유관기관 '문전성시'
거래소와 증권금융 벌써 '시끌'...예탁원도 경보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말로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낙하산은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되는 지름길이다. 낙하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의 현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증권업계 역시 낙하산 인사라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 보는 눈도 많고 그만큼 탈도 많은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보니 오히려 낙하산 '꽃보직'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특히 증권 유관기관들은 인사철이 되면 매번 낙하산 주의보가 발령됐고, 어김없이 관료 출신이 자리를 꿰차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역시 한국거래소(KRX)와 한국예탁결제원의 수장이 모두 바뀌면서 낙하산 논란이 어느 때보다 가열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곳조차도 예외없이 낙하산 인사가 점쳐진다.

 

 

◇ 거래소, 티 덜나고 짭짤한 꽃보직

 

오는 30일 최경수 이사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거래소는 현재 낙하산 인사 태풍 한가운데 놓여있다.


월초만해도 최 이사장의 연임이 무난하게 점쳐졌지만 최 이사장이 지난 12일 마감된 차기 이사장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관료 출신 후보가 돌연 급부상했다.

 

최근까지 또다른 낙하산 기착지인 기업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됐던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거래장 이사장 후보로 거론된지 얼마 되지 않아 단독후보로 추천됐다.


정 전 부위원장의 이름이 튀어나온 직후부터 낙하산 인사 우려가 불거진 만큼 구색이라도 맞출 겸 복수후보를 내세울 법도 했지만 만일의 가능성마저 원천봉쇄한 모양새다.

 

증권업계는 "이번에도 별수 없구나"라는 반응을 내놨다. 거래소의 경우 매번 정부 당국자 출신이 어김없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획재정부 출신의 최경수 이사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그조차 정권말을 노려 연임을 조심스레 노렸겠지만 넘쳐나는 낙하산 후보들에 배겨날 재간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정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 공모 마감 후 일주일여만에 일사천리로 낙점되자 결국 공모절차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정부는 꿈쩍 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과거 이명박 정부시절 낙하산 인사 후보대신 소신있는 업계 인물을 수장으로 앉혔다 중도퇴진하는 봉변을 겪은 터라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거래소 이사장은 3년의 임기가 보장되고 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 관료들이 선호하는 소위 '꽃보직'이다. 이사장뿐 아니라 거래소 임원 자리 역시 낙하산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현재 거래소 상임이사는 최경수 이사장 외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의 이은태 유가증권시장위원회 위원장, 금융위 출신의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 등 관료 출신이 절반을 채우고 있다.

 

◇ 증권금융·예탁원도 예외는 없다

 

거래소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 역시 지난 8월말 상근감사위원 자리에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조인근 상임이사를 앉히면서 증권유관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에 일찌감치 불을 댕겼다.

 

조인근 감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5개월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내다 지난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고 한달여만에 관련 경력이 전무한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한국증권금융의 수장 자리 역시 매년 정치권 인사나 금융관료들이 꿰찼고 지난해 취임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또한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으로 취임 당시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연내 사장 임기가 돌아오는 예탁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11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유재훈 예탁원 사장은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선임되면서 차기 사장 물색이 급해졌다.

 

예탁원의 수장 자리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출신 관료가 내려오는 것이 관례로 통한다. 유재훈 사장도 금융위 출신으로 역대 예탁결제원 사장 가운데 내부인사가 발탁된 사례는 전무하다.


유 사장의 후임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예탁원 노조가 일찌감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이전 소속 부서나 기관과 관련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고, 한국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취업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금융 관료 출신들이 재취업할 때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정권 차원에서도 연봉이나 지위 면에서 고위직 관료를 배료하고 적당히 생색을 내주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더군다나 낙하산 수요가 폭주하는 정권말 시점에 이를 그냥 지나칠리 만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권 말에 들어서면서 낙하산 인사 움직임이 심해질 것"이라며 "다른 업계는 낙하산이 쉽지 않다보니 금융 공기업이 주된 타깃이 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증권 유관기관들의 낙하산 인사가 특히 더 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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