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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김남구의 변심과 신창재의 장고

  • 2016.09.30(금) 16:28

두 금융그룹 회장, 우리은행 지분투자 엇갈린 결정
김 회장은 사업 다각화 선회...신 회장은 결국 포기

요즘 우리은행에선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합니다.

우리은행을 두고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인데요. 최근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예비입찰에서 한쪽은 인수 의사를 보였고, 다른 쪽은 접었던 일을 두고 말하는 겁니다.


# 김남구 한국금융 회장의 변심

김남구 회장은 사실 우리은행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과거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당시 우리은행 측에선 한국금융지주에 우리은행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는데요.

최근 만난 우리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 김남구 회장이 (은행 인수 후) 간섭을 받는 게 싫어서 거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합니다.

은행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역에 비해 정부의 규제가 강하고요. 관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투명성도 더 강조됩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섣불리 은행업에 뛰어들 수 없는 거겠죠. 대부분의 오너 기업인들의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최근 김 회장의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김 회장은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을 미래에셋증권처럼 자본금을 확 늘린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기는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간혹 대형 증권사 한 곳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를 기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잇따라 몸집을 불린 증권사들이 탄생하면서 한투증권은 대형증권사 순위에서도 자꾸 뒤로 밀려나는 형국입니다. 

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차피 대형 IB가 아니라면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해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형태의 유니버셜뱅킹을 내세운 것처럼 은행과의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이죠. 사업다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은행은 또 매력적입니다. 고객 수나 채널, 네트워크가 말이죠. 성장이 정체된 증권사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요. 한국금융은 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때부터 이미 은행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행보는 정반대입니다. 우리은행 인수에 늘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에도 최종적으론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같은 신 회장의 행보가 답답하다고도 말합니다.

은행업은 신 회장의 숙원이라고도 하는데요. 종합금융그룹이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은행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때마다 늘 관심을 보여왔고 지난 2014년엔 특히나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눈치에 입찰 당일 포기를 선언했고요.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 회장은 직접 일본에 건너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보고 오기도 했지만 역시나 최종 결정은 '불참'이었습니다.

매번 입질만 하다 끝내니 보수적인 은행권에서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어찌보면 두 금융기업가가 추구하는 비전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증권과 보험이라는 업권의 특징을 반영하듯 경영 스타일도 분명히 다릅니다. 현재로선 옳고 그름을 얘기할 순 없습니다.

다만 두 금융기업가의 이번 선택이 앞날을 가를 중요한 단초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세상도, 금융도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8%(혹은 4%) 지분투자 혹은 이같은 다양한 도전과 시도들이 나비효과처럼 몇 년 후 기업의 모습 혹은 비전을 가를 '작은 나비의 날개짓'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신 회장의 보수적인 의사 결정은 교보생명이나 우리은행 양쪽에 모두 아쉬움과 함께 피로감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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