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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그 후]②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2016.09.30(금) 17:15

체면 구긴 금감원과 난처한 생보사
관련 입법 움직임…논란 불씨 '여전'

자살보험금 논란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약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번엔 자살 후 2년이 지난 계약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논란거리가 사라진 듯하지만, 보험사들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더 벼르고 있다. 왜 그럴까? 자살보험금 논란의 의미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대법원은 30일 교보생명이 계약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앞서 약관이 오류가 있었더라도, 명시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지급해야 할 보험금 중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는 줄 수 없다며 추가 소송을 진행해왔다.

대법원의 판결로 상황은 오히려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금감원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은 돈을 주느냐 마느냐의 민사상 문제이고, 금감원은 그와 별개로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셈법 복잡해진 보험사…제재당할 수밖에
 

보험사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일부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송을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했는데도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빼고 일반사망금만 지급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시간을 끌어 놓고, 이젠 2년이 지났다며 보험금을 안 준다는 것은 '신의 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번 법원 판결로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이 더 어려워졌다.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이라는 게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이미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했는데, 이번 소송과 관련한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행정 제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금감원이 보험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면 보험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 체면 구긴 금감원, 더 강경하게(?)


금감원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민사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판결과는 다르게 행정적인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견해를 내놨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미 보험업계에선 이제 자살보험금 문제는 보험금을 주느냐 안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금감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주지 않았는데, 금감원이 이를 근거로 제재를 내리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금감원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서도 움직임…논란 불씨 여전

이번 문제는 당장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여야의 대치로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지만 내달 중순에 열릴 종합감사 등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한 집중적인 질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벌써 이번 법원 판단과는 다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소멸시효과 완성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 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다시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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