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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에 관한 뜻밖의 진실

  • 2013.09.13(금) 10:29

"송편은 우리의 전통 추석 음식이다." 옳은 말일까, 틀린 말일까?

정답이면서 동시에 오답인데, 엄격하게 따지자면 틀린 답에 가깝다. 물론 옛날부터 추석에는 송편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명절에도 송편을 먹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추석 때보다는 다른 명절에 더 송편을 준비했다.

다양한 기록이 증명한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과 다산 정약용은 봄맞이 시절음식으로 송편을 빚는다고 했다. 정월 대보름에 송편을 먹는다는 기록(추재집)도 있고, 3월 3일 삼짇날(도곡집), 4월 초파일(택당집), 5월 단오절(약헌집), 6월 유두절(상촌집)에 송편을 빚는다는 기록도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2월 초하루와 8월 추석 때 송편을 먹는다고 나온다.

송편은 그러니까 굳이 추석 음식이 아니라 민족의 명절 떡이었다. 다만 추석 때 빚는 송편은 특별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햅쌀로 빚기 때문이다. 때문에 추석 송편은 특별히 올벼를 빻아서 빚었기 때문에 오려 송편, 혹은 신(新) 송편이라고 불렀다. 송편이 추석 음식으로 굳어진 것은 조선 후기 이후다.

중국이나 일본도 추석, 그러니까 중추절을 기념하는 떡이 있다. 중국은 월병(月餠), 일본은 쓰키미당코(月見團子)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보름달을 기념하는 음식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달과 관련 없이 송편이라고 한다. 왜 송편이라고 했을까? 먼저 추석에만 먹는 떡이 아니었으니 굳이 달과 관련된 이름을 가질 이유가 없다.

송편은 솔잎으로 쪘기 때문에 송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솔잎으로 찌지 않으면 송편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 자세하게 풀이를 적었는데 떡 속에다 콩가루로 소를 넣은 후 솔잎으로 쪄서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송병(松餠)이라고 했다. 바로 지금의 송편이다.

반면에 솔잎으로 찌지 않고 무늬를 입혀 얇게 만들어 익히기도 하는데 이것은 산병(散餠)이라고 했고, 떡 안에도 소를 넣어 찐 다음에 겉에는 콩가루를 입히기도 하는데 이것은 단자(團子)라는 것으로 푸른 쑥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송편은 왜 하필 솔잎으로 쪘을까? 현실적으로는 떡에 솔잎 향기가 배어 맛도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소나무가 건강에 좋다고 믿었다.

 

고려의 학자 이규보는 송이버섯을 노래하며 "항상 솔잎에 덮여 소나무 향기를 머금기 때문에 향기가 맑다"며 "소나무 기름을 먹으면 바로 신선이 될 수 있다는데 버섯도 솔잎 향기를 머금었으니 어찌 약이 아니랴"라고 읊었다. 솔잎 향기 머금은 송이버섯을 약이라고 했으니 솔잎으로 쪄서 향기가 스민 송편 역시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특히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다. 옛날 선비들은 늙지 않는 약으로 솔잎과 국화를 복용한다고 했으니 솔잎을 신선이 먹는 약으로 여겼다. 지리산 도사들이 솔잎으로 생식을 하는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명절음식에 소망을 담아 먹는다. 소망의 핵심은 두 가지로 부자 되고, 오래 사는 꿈이다. 우리의 설날 음식 떡국과 만두는 동전과 은자(銀子)을 닮은 모양이다. 부자 되는 꿈이 담겨있다. 추석음식 송편은 십장생인 솔잎으로 찌는 것이니 무병장수의 소원이 들어있다. 설날 떡국과 추석 송편을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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