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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주의보]④우간다를 못따라잡는 이유

  • 2016.10.04(화) 15:03

WEF 금융성숙도 80위…또 우간다에 뒤져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경쟁력 갉아먹어"

80위와 6위.

올해 두 국제기구가 내놓은 한국 금융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80위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내놓은 '금융시장 성숙도' 평가 순위이고, 6위는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금융발전지수' 순위다.

두 지수가 이처럼 완전히 상반된 이유는 평가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IMF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규모, 성인 10만명 당 은행 지점 수 등 객관화한 수치로 평가하는 반면, WEF의 경우 각국 기업인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평가해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중 WEF가 내놓은 순위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87위라는 한국의 순위가 우간다(81위)보다 못하다며 금융권을 질책했고, 금융당국은 이에 '합리적이지 않은 평가'라며 반박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 여전히 우간다보다 뒤처진 한국, 왜?

WEF가 올해 다시 내놓은 평가 결과에서 한국(80위)은 또 우간다(77위)보다 뒤처졌다. 금융위원회가 '비합리적이며 주관적'이라고 깎아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올해 또 이 순위를 근거로 "노동·금융 등 4대 구조개혁과 산업개혁의 추진 및 성과 확산이 필수적인 과제이며, 조속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관과 방식에 따라 순위가 널 뛰는 것을 두고 평가 자체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지만, 주관적 평가만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이 오히려 한국 금융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자료=기획재정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지만, 주관적인 인식은 최하위 수준이라는 의미"라며 "금융 소비자의 눈이 높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정부의 인사 관여나 관치 등 여러 폐해를 본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경쟁력 저하, 낙하산 인사가 근본적 원인"


우리나라 금융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은행원의 고연봉 저성과나 보신주의 등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이다.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이 향후 국내 금융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주의 확산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거쳐 조금씩 변화해 온 면이 있지만, 낙하산 인사는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낙하산 인사와 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금융 경쟁력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그렇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임할 가능성도 낮아 장기투자를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홍정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금융기관장이 정부 입김으로 이뤄지면 해외 진출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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