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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 부는 '훈풍', 믿어도 될까

  • 2013.09.13(금) 14:01

신조선가·수준잔량·수주량 상승 추세..긍정론 확산
"경기 회복 시그널 명확해야" 신중론도

조선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있다. 수주량, 선가, 수주잔량이 늘어나면서 조선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체들은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기 민감 업종인 조선업이 본격적으로 회생하려면 경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확실한 시그널은 없다.

◇ 신조선가 상승..조선업체, 다시 '갑'이 되다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 가장 큰 근거는 신조선가의 상승이다. 배를 건조하는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신조선가의 상승은 조선업체들이 칼자루를 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지난 5년간의 조선업황 불황은 칼자루를 선주사에게 넘기게 된 주원인이었다. 신조선가는 하락하고 한 척이라도 더 수주해야 하는 조선업체들은 선주사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선주사가 '갑(甲)', 조선업체가 '을(乙)'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조선업체들이 다시 '갑'의 지위로 복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업체들을 '을'로 만들었던 조건들이 이제는 조선업체들을 '갑'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길게 이어졌던 조선업황의 침체는 선주사와 조선업체들 모두가 체질개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경쟁력 없는 선주사와 조선업체들은 도태됐다. 남은 것은 톱클래스 업체들 뿐이다.

톱클래스 조선업체들은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유는 선주사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의 신조선가 상승은 조선업체들의 여유에서 나온 결과다.

영국의 해운·조선 정보업체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 첫째주 신조선가 인덱스는 129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 인덱스는 상반기 내내 126~127포인트에 머물렀다. 지루한 행보였다. 하지만 7월부터 본격 반등해 현재까지 계속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 수주잔량·수주량 증가.."본격 반등 사이클 도래"

신조선가 상승과 더불어 수주잔량도 증가하고 있다. 수주잔량의 증가는 조선업체들의 일감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락슨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9419만7087CGT를 기록했다. 전세계 수주잔량은 지난 2008년 9월초 2억1653만 CGT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월 감소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초 9206만CGT를 바닥으로 수주잔량은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 2008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수주잔량이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클락슨, 한화투자증권)


수주량도 늘었다. 작년 1월~8월 전세계 누적 수주량은 959척, 1649만41CGT였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수주량은 1119척, 2611만9182CGT를 기록했다. 척수로는 전년대비 16.7%, CGT 기준으로는 58.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조선업체들의 선가 인상에도 불구, 선주사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선박을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최근 이같은 조선 관련 지표들의 상승에 반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용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회복에 대해 더 이상의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공급과잉이 해소단계를 지나고 해운시장이 회복기조로 접어들기 직전인 만큼 본격적인 반등 사이클이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 "본격적 회복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런 지표의 상승에도 불구, 지표 반등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최근의 업황 개선 조짐에 대해 지난 2003년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2003년은 조선업체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해였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수주, 수주잔량, 신조선가 모두 급격히 상승했다. 그리고 이 황금기는 지난 2007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맞으며 조선업황은 다시 꺾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늘은 계속 드리워져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한, 본격적인 반등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이야기다.

최근 조선업 관련 각종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와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조선업황 반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 시그널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 한 지표 상승만으로 본격적인 업황 반등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 관련 지표 반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보는 시각의 근거는 조선업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선박수요 증가를 감안해도 선박 생산능력은 여전히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또 선가 상승에도 불구, 과거와 같은 정상적인 이익을 내기엔 역부족이란 점도 이런 '비관론'의 근거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점은 조선산업을 둘러 싼 모든 변수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여명이 밝아오고 있지만 아직은 개인지 늑대인지를 판단하기엔 빛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현 상황이 분명 반가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추세가 본격적인 반등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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