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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신한금융 주주 "셋 다 나가라" 주인의 모습

  • 2014.10.06(월) 09:30

신한사태, 이사회·주주 역할 正道…오너십 뒷받침
KB금융 이사회, 주인공 욕심·조연 역할도 못해
[국민을 배워야 우리가 산다]②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셋 모두 사표내고 나가라."

지난 2010년 10월 14일. 오사카 시내 한 호텔에 모인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사태'의 책임을 물어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당시 직무정지 상태), 이백순 신한은행장 세명의 동반퇴진을 요구했다. 라 회장은 애초 돌아오는 3월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결국 이 일이 있은 보름 후 이사회에서 자진사퇴했다. 신한금융의 주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KB사태'를 보며 그때를 떠올린다. 사태의 발단과 표면화된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최고경영진들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신한사태 역시 당시엔 KB 못지 않은 '막장'이었다.

수습과정에선 달랐다. 신한사태의 경우 이사회와 주주의 역할에 대한 정도를 보여줬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직접 나서 최고경영진 3인방의 퇴진을 요구했고, 이사회를 통해 적극적인 사태 해결을 모색했다.


◇ 이사회의 능동적 행보·적극적 주주권 행사

이 행장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발(2010년 9월2일)한 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 사장을 직무정지시켰다. 한 달여 후 라 회장이 자진사퇴하자 바로 등기이사 가운데 한 명인 류시열 이사를 회장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윤계섭 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차기 회장 선임과 신한사태 해결을 모색했다. 모두 이사회에서 나선 일이다. 사태수습도 이사들이 직접 챙겼다.

당시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이었던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다툼 해결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라 회사를 살리고 은행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사들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KB금융은 어떠했나. 금융당국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이 KB금융에 감독관을 파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징계를 받은 임 회장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조직이 흔들리는 사이 이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찾을 수 없다. 윤웅원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세웠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비등기임원으로 대표로서의 결제권한이 없다.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했고, 어렵사리 해임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관치라고 비판하면서도 또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 신한 이사회는 하는데 KB 이사회는 못하는 이유?

사태수습 과정에서 이 두 은행의 차이는 결국 오너십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한사태 당시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 지분 17%에 해당하는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 주주그룹이 실질적인 오너십을 갖고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당시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 주주였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목소리를 이사회에서 대변할 수 있는 구조다.

신한금융 이사회의 행보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도 맞닿아 있었다. 신 사장 피소 후 일주일 만에 재일교포 주주들은 사태 당사자 3명을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일명 '나고야 청문회'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 자리에서 이사회에 모든 것을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렇듯 한발 물러서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 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신한사태 3인방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 안정화와 잃어버린 신뢰회복을 위해 신속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모든 관심이 이사회에 집중된 상황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사표명은 이사회 입장에선 굉장히 큰 압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너십이 있기에 단호한 결단과 주도적이고 일사불란한 대응을 가능케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인 없는 은행'처럼 여겨지는 KB금융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주주도, 이사회도 없었다. KB금융이 끝내 막장으로 흐른 데는 이사회든 주주든 아무도 주인공으로 해야 할 역할을 찾지 못한 데 있다. 끝까지 주인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사회는 실상 조연의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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