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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우유 '조합원지원비' 영업이익 다 갉아먹었다

  • 2016.10.07(금) 15:32

서울우유, 조합원에 매년 500억씩 교육지원비 지급
교육지원비, 영업이익보다 커져..'어닝쇼크 진원지'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올 상반기 '어닝쇼크'를 낸 가운데, 그 원인 중 하나로 교육지원사업비용이 지목되고 있다.

 

교육지원사업비는 서울우유가 1800여개의 낙농가 조합원에게 목장 환경과 유질 개선 등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용으로, 그 규모가 매년 500억원대에 이른다. 이 액수는 타사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올 상반기 교육지원사업비로 251억원을 썼다. 이는 상반기 영업이익(113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과도한 교육지원사업비 탓에 서울우유는 올 상반기 1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1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교육지원사업비가 아니었다면, 어닝쇼크는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교육지원사업비는 조합원 농가에 대한 일종의 지원금이다. 서울우유 홍보팀 관계자는 "교육지원사업비는 조합원이 운영하는 목장의 환경개선, 개량사업 등에 지원하는 비용"이라며 "최근 법 개정에 따라 분뇨 처리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고, 구제역이 터졌을 땐 방역비용으로도 썼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규모다. 서울우유는 522억(2011년), 481억(2012년), 495억(2013년), 528억(2014년), 512억(2015년) 등 매년 500억원 안팎을 교육지원사업비로 쓰고 있다. 저출산 등 여파로 우유 소비가 급감한 위기 속에서도 교육지원사업비는 줄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작년부터 교육지원사업비는 영업이익보다 더 커졌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우유 직원들이 월급으로 우유를 사면서 '우유 월급'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도 조합원에 대한 교육지원사업비(512억원)는 지급됐다.

영업이익에서 교육지원사업비가 빠져나가면서, 서울우유 당기순이익은 326억원(2013년), 197억(2014년), 9억원(2015년) 등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다 차지할 정도로, (교육지원사업비)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며 "그 규모에 물음표가 생긴다"고 말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농가지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수억원대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서울우유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 속에서도 교육지원사업비를 줄이지 않는 이유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체계 때문이다. 주주 중심의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다. 주식회사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 실익 증진이다. 경영난 속에서 섣불리 조합원(농가) 지원금을 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설립 목적이 다르다"며 "주식회사는 수익이 나면 주주에게 배당하지만, 협동조합은 낙농업 육성과 품질개선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서울우유 덕에 국내 낙농산업 환경이 우수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서울우유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서울우유는 190억원(2013년), 137억원(2014년), 24억원(2015년) 등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우유가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우유 소비 감소 경고에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도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지목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출자액에 상관없이 모든 조합원에게 1인 1표가 주어져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위기 속에서 조합원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협동조합의 조합장은 임기가 짧아 큰 정책이나 의사 결정을 내리기 싫어한다"며 "굳이 조합장이 총대를 메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우유도 새로운 사업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의사결정속도도 느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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