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15년전 탈세도 봐줘...해외재산 '고해성사' 왜 꺼냈나

  • 2015.09.02(수) 09:30

 

정부가 해외에 숨어 있는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스스로 자진신고하면 가산세는 물론 과태료나 형사처벌까지 면제해 주겠다는 방식이다. 공식명칭은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 스스로 죄를 뉘우치게 한다는 '고해성사' 정책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시 금융자산의 실명전환에 고해성사 혜택을 줬고,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전인 2006년에도 자진해서 분식회계를 시정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해줬다. 고해성사 정책은 개혁적인 제도도입 전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시행됐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명분이 될 만한 개혁정책이 없어 이미 처벌받은 사람과의 법률적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 부정행위 봐준다..딱 이번 '한 번만'

 

현행세법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경우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된다. 또 해외 금융계좌에 일정액 이상을 보유하기만 해도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소득·재산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해외 계좌정보를 신고하지 않으면 밀린 기간만큼 가산세와 과태료를 내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1일 발표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는 그동안 밀린 세금과 신고내역을 내년 3월말까지만 자진해서 신고한다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산세와 과태료도 받지 않겠다는 제도다. 물론 기회는 단 이번 한 번 뿐이지만 세금의 종류에 따라 최고 15년 전의 미신고 세금에 대해서도 가산세를 받지 않고, 형사처벌도 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일반 소득세나 법인세의 경우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부과제척 기간이 5년이지만 사기나 기타 부정행위에 의한 탈세는 부과제척 기간이 10년으로 늘고, 국제거래가 수반되는 부정행위는 부과제척 기간이 15년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사기 기타부정행위에 대해서도 부과제척 기간이 15년으로 길다.

 

# "내년 지나면 큰일난다"..'으름장' 통할까

 

정부는 고해성사기간을 넘기면 상당한 세금추징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이 내년에 통과되고, 2017년 9월부터는 다자간 조세정보 교환협정에 따라 영국과 독일, 버진아일랜드, 라트비아 등 조세회피처가 포함된 50개국과 조세정보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은닉해둔 재산이 과세당국의 정보망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해성사 카드는 처벌면제의 기회제공보다는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꺼내든 고육책에 더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세입예산보다 실제 세수입이 적은 재정난을 겪고 있다. 세원확충을 위해 약속했던 비과세감면 정비는 지체되고 있고,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 등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기업이 빼돌린 재산만 190조..자진신고로 해결될까

 

특히 국내에 비해 해외의 소득이나 재산은 노출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적발해 추징한 세금은 2010년 501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9637억원, 2012년 8258억원, 2013년 1조789억원으로 불었고, 지난해에는 1조2197억원으로 5년 전의 5배에 달했다.

 

추징액의 증가는 국세청의 적발능력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해외재산의 음성화가 더 심화됐다는 것도 의미한다. 실제로 2007년 이후 8년간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로 빼돌린 자금만 190조원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세청의 추징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역외탈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능화되면서 과세당국이 역외세원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납세자가 소득과 재산을 스스로 신고하도록 해 역외소득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