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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매출 1억도 쉽지 않아요"

  • 2016.10.12(수) 08:00

[인사이드 스토리]세무사님,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창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세무사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관세사 등과 함께 5대 전문직으로 꼽힙니다.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우미로 막중한 사회적 책임도 안고 있는데요. 세금에 있어서는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지만 사무소 안을 들여다보면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월급을 걱정하는 것은 일반 사업자와 마찬가지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신규 거래처를 뚫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게 현실입니다. 세무사가 돈을 잘 번다는 얘기보다 힘들다는 반응이 더 많습니다. 
 
우선 퀴즈부터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2015년 세무사 사무소의 연평균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정답은 기사 본문에 있습니다)

①1억2000만원 ②2억2000만원 ③2억6000만원 ④3억2000만원
 
전국에서 세무사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인원은 총 1만1992명(8월말 기준)입니다. 10년 전에는 세무사 수가 6300명 수준이었으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죠. 이 가운데 세무법인 296곳에서 근무하는 세무사 2214명을 제외하면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인원이 9778명(82%)에 달합니다.
 
세무법인을 설립하려면 법적으로 세무사 5명 이상 필요하니까, 바꿔 말하면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세무사들은 4명 이내의 인원이 근무하는 겁니다. 다만 세무사들은 한 사무소에서 여러 명이 근무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대부분 1인 사업자라고 합니다. 물론 사무소에는 기장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과 거래처 확보를 담당하는 사무장을 두기도 하죠.
 
만약 세무사 사무소에서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직원 1~2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고 세무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반 직장인이 받는 연봉에 비해서는 어떨까요.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산출한 근로자 평균연봉은 3198만원입니다.
 
◇ 사무소 평균수입 2억6000만원
 
실제로 세무사 사무소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사 사무소 평균 수입은 2억6173만원입니다. 사무소마다 각기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 정도 벌면 보통이라는 얘깁니다.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사무소의 장부를 살펴보면 직원 3명 인건비 1억2000만원(기장 거래업체 100곳 기준), 사무실 임차료 4000만원(관리비 포함), 각종 운영비용(세무회계 프로그램 사용료, 사무용품 구입비, 세무사회비, 공과금 등) 1200만원 등이 소요됩니다. 세무사가 가져가는 비용은 연 8800만원, 종합소득세를 제외하면 연 7000만원 가량 수익을 내는 셈이죠.

지난해 사무소별 평균 수입은 2014년보다 878만원(3%) 늘었지만 2012년 이후 3년간 증가율은 1%에 불과합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으로 연간 평균수입이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평균 수입이 4618만원(21%) 늘었는데요. 세무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수입이 많이 늘진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장인의 평균 연봉 증가율은 36%(2347만원→3198만원)로 세무사 사무소 평균 수입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다른 전문직 자격사에 비해서도 세무사의 수입은 '제자리 걸음' 수준입니다. 10년간 공인회계사의 사무소별 평균 수입은 9469만원(41%) 증가했고,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변호사도 평균 수입이 8874만원(27%) 늘었습니다. 변리사는 같은 기간 평균 수입 증가율이 15%에 그쳤지만, 늘어난 금액은 8310만원에 달합니다. 이미 10년 전에도 평균 5억원대였기 때문에 증가율이 낮아보일 뿐입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유독 세무사 사무소만 수입이 정체된 이유는 뭘까요. 세무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수임료 동결'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세무사는 매년 시험 합격자와 퇴직 세무공무원의 개업으로 인해 점점 늘어나는데, 기장이나 컨설팅에 대한 수임료를 올리지 못하면서 수입이 제자리라는 겁니다. 혹시라도 수임료를 올리려고 했다간 주변의 경쟁 세무사들이 거래처를 찾아가 더 싼 가격을 제시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 수임료 동결로 '악순환'

종로 지역의 개업 3년차 김모 세무사는 "세무사 공급 과잉과 경쟁 과열로 인해 업계 전체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빠져 있다"며 "기장과 세무컨설팅, 외부 강의까지 나가고 있지만 직원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실제 수입은 월급쟁이보다 못한 게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최모 세무사는 "개업한 지 1~2년 된 세무사들은 매출이 계속 제자리 수준이고, 경영 악화로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체 사무소 평균 수입은 2억원대지만, 실제로는 매출 1억원도 안 되는 세무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경기 화성 지역의 13년차 조모 세무사는 "1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세무대리 시장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무장들이 세무사 역할을 하는 명의대여도 여전한데 정부나 세무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경기 광명의 15년차 박모 세무사는 "개업한 지 3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덤핑(저가수주)을 하게 되고, 시장 전체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수입은 일정한데 비용만 늘어나니까 사무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무사들의 새로운 업무 분야로 기대를 모았던 '성실신고 확인제'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 제도는 2012년부터 중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해 세무대리인으로부터 소득금액의 적정성 검증을 받는 내용인데, 오히려 세무사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고 잘못 검증해서 징계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서울의 황모 세무사는 "성실신고 확인제를 통해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업무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세무사들의 업무 부담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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