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임종룡의 금융개혁, 아프리카 들소? 톰슨가젤!

  • 2015.11.24(화) 09:30

[Inside Story] 정치 바람에 흔들리는 금융개혁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혹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혹독한 비판을 받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들소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취임사 중 일부입니다.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하기 직전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규제 완화)'를 외친 당사자답게, 절절함이 느껴지는 문구입니다.

임 위원장은 금융사의 '경쟁'과 '자율책임 문화 정착'을 골자로 한 여러 개혁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잘 나아가는가 싶더니, 요즘 들어 이런 금융 개혁의 동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호된 질책이 있었던 뒤부터입니다.

임 위원장 취임사 그대로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혹독한 비판을 받은" 것인데요. 금융개혁은 "그런데도 아프리카의 들소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오히려 사자와 같은 정치 바람에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톰슨 가젤의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 성과주의 정착이 마지막 과제?

임 위원장은 최근 금융개혁의 마지막 과제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습니다. 일부 금융사가 임금반납 등으로 정부의 방침에 따르는 모양새를 취했고, 금융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일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성과주의 갈등이 금융개혁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정착의 필요성으로 내세우는 기조는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이지만, 사실 이는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계 전체의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중대결단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바로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성과주의 '강요'입니다. 그는 "공공과 금융 부문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강제로 개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임금체계 강제 개편 시도를 비판하면서 임 위원장보다는 최 경제부총리를 지목했습니다. 성과주의 정착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청와대와 정부가 중시하는 노동개혁의 일환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당장 다루기 쉬운 공공 부문과 금융권에 성과주의를 강요하고 있다는 건데요. 노동개혁이 금융개혁을 덮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임 위원장은 최 경제부총리가 '금융권 고임금 강성노조' 발언을 하기 전에는 이런 금융권 성과주의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취임사에도, 금융개혁회의를 발족하면서도 이런 얘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마지막 과제'가 됐습니다.

◇ 여당은 끼어들고, 야당은 발목잡고

금융권에 경쟁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각종 법안은 국회에서 좌초하거나 누더기가 되고 있습니다. 여당이 '금융개혁'에 끼어들고, 야당은 금융개혁 법안의 발목을 잡으면서입니다. 금융당국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런 바람에 편승하는 모양새입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표적입니다. 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때마다 정하는 것은 법에 정해진 '예외적인' 거라지만, 앞서 수수료나 금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말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핀테크 활성화,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다른 10여 개 법안 역시 야당의 반대에 막혀있거나 다른 이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19대 마지막인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지 않으면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재논의해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한쪽에선 금융기관 수장 공모에서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의 '내정설'로 잡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SGI서울보증 사장과 금융보안원 원장 등의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부 인사가 공모하기도 전에 내정됐다는 겁니다. 전문성이 있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인 듯하지만, 물밑에서 자리 나누기 식으로 내정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들렸을 때 금융권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발끈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ATM과 잘 구축한 인터넷뱅킹 인프라 등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하드웨어'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입김에 임금을 반납하고, 기관장 자리를 '분배'하는 데에 골몰하는 모습은, 우간다와 비교해 더 나은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