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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 채비 분주, 그러나 먼 길

  • 2015.10.02(금) 09:30

금융위, 경영정상화 약정 완화 방안 내놔
이달 공자위 재구성, 매각 속도 붙을까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 매각 준비에 분주하다. 정찬우 부위원장이 중동을 직접 방문해 투자수요 점검을 한 데 이어, 우리은행을 얽매고 있었던 경영정상화 약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달 중순엔 공자위원장도 새로 선임한다. 박상용 위원장의 임기로 새 위원장이 민영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금융위는 공적자금 회수 원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각에선 중동 국부펀드 등에 일단 적정 가격에 팔고, 이후 우리은행 가치가 높아질 때 남은 지분을 다시 파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매각 시기도 불분명하다. 유력 투자자로 협상 중인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경영 자율성 확대, 기업가치 높이기

금융위원회는 2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경영 자율성이 떨어져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해왔다.

 

우선 MOU 가운데 비용 통제를 위한 판매관리비용률과 1인당조정영업이익을 삭제하기로 했다. 영업확대를 위한 비용지출과 인력운영의 자율성이 커질 정만이다. 앞으로는 우리은행의 수익성 관리 지표로 다른 은행과 같은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만을 사용한다.


금융위는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아부다비(ADIC) 등 중동 국부펀드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조속히 MOU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매각 성공으로 과점주주군이 형성되는 등 예보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MOU를 사전에 해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기본적으로 민영화 추진과 기업가치 제고, 경영 자율성 보장 확대는 함께 가야 한다"며 "매각과 관련해 (MOU 완화가) 매각 희망자들에게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적자금 회수 난제는 여전

남은 과제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가격 협상이다. 정부는 원금 회수를 위해 우리은행 지분을 주당 1만 3500원 이상에 매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1만 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와의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은 이유다.

실제 중동 국부펀드와의 매각 가격 협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요섭 금융위 구조개선지원과장은 "가격은 전혀 논의된 바 없고, 매각 지분 규모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가격은 있지만 딜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실적인' 방안으로 일단 중동 국부펀드에 주당 1만 원 선에서 매각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후 다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 나머지를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은행 주가가 높아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만약 중동 국부펀드에 매각한 뒤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 민간 공자위원장 교체, 개각·총선도 관건

매각 '시점'도 관건이다. 우리은행 측은 아무래도 매각을 서둘러야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속도가 나길 바라고 있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연말 개각설도 돌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바뀔 경우 매각 작업 속도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

정부는 여전히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격을 비롯한 지배구조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협의해야 할 내용이 굉장히 많고, 협상 시기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명순 정책관도 "중동 국부펀드와의 매각 협상은 초기 단계"라며 "진짜로 매각이 될지는 추가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정책관은 이어 "모든 협상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지지부진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한 단계 맞아떨어져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다"며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영화 작업을 전담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도 매각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 공자위원 중 임기가 만료된 일부를 교체해 재구성할 계획이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새 공자위원들이 채비를 갖춰 민영화 작업을 다시 본격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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