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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성큼]③게임, 미래를 노크하다

  • 2016.01.08(금) 09:30

소니·MS, 미래형 게임으로 주도권 탈환 나서
국내선 대형 게임사보다 중견업체 ‘한발 앞서’

가상현실은 영상 콘텐츠 가운데 게임과 궁합이 잘 맞는다. 세계적인 비디오게임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와 소니(플레이스테이션)가 올해부터 관련 게임을 쏟아낼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오큘러스VR과 협력을 통해, 혹은 자체적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해왔다.

 

비디오게임 진영의 발빠른 움직임과 달리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은 다소 굼뜬 편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대형사들은 온라인에서 모바일게임 장르로 체질을 전환하는데 집중하느라 가상현실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네오위즈게임즈 등 중견 업체에서 성과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신생 기업인 마음골프는 골프와 가상현실을 결합한 미래형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큘러스, 태생부터 게임과 밀접 


게임은 가상현실과 떼어놓을 수 없는 끈적한 관계다. 오큘러스VR을 창업한 럭키 파머 대표는 게임광(狂)이다. 그가 대중적인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려 했던 것도 기존 군사용이나 연구실용 기기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오큘러스VR이 첫번째 소비자용 제품 '오큘러스 리프트'를 올 1분기에 판매하기로 하면서 게임을 '끼워팔기'로 넣은 것도 게임만한 즐길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에선 가상현실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선 가상현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주년을 맞이해 열린 E3에선 가상현실 관련 기기나 게임들이 대거 선보였는데 관련 업체가 전년(6개)보다 4배 이상 늘어난 27개에 달했다.

 

E3 게임쇼는 독일의 '게임스컴'과 일본 '도쿄게임쇼'와 더불어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불린다. 주로 북미 지역 게이머들이 즐기는 MS '엑스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형의 비디오게임 장르가 강세를 이룬다.

 

지난해 E3에선 MS와 소니가 나란히 가상현실과 관련한 굵직한 전략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MS는 오큘러스와 손잡고 향후 엑스박스와 오큘러스 리프트를 연계해 가상현실 게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구현되는 자체 가상현실 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콘솔형 비디오게임사들이 가상현실 기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지금의 게임 방식만으론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스마트폰과 인맥구축서비스(SNS)의 발달로 모바일 및 소셜네트워크게임 장르가 급성장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형 게임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내선 걸음마 단계..중견사 '잰걸음'

 

이에 비해 국내 게임사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대형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오큘러스 기기와 결합한 온라인게임을 지스타 같은 게임쇼에서 선보인 바 있으나 전시 용도에 불과했다. 이들 대형사는 가상현실보다 당장 먹거리로 떠오른 모바일게임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오히려 대형사보다 한빛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중견 업체들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댄스게임 '오디션' 개발사 한빛소프트는 대표게임 오디션과 '헬게이트'의 가상현실 버전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가상현실 게임기술 전문업체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11월에는 이 회사와 교육용 게임 '오디션 잉글리시' 및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헬게이트의 가상현실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용 게임 전문 개발사다. 지난 2002년 설립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3DS용 타이틀을 다수 개발했다. 한빛소프트측은 "현재 가상현실 버전 개발에 나선 단계"라며 "올 하반기에는 가상현실로 새로 거듭난 헬게이트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내놓은 대작 온라인게임 '애스커'를 가상현실 버전으로도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게임은 오큘러스VR측이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네오위즈게임즈에 제안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큘러스 기기를 착용하고 에스커의 가상현실 모드를 활성화하면 게이머는 마치 캐릭터의 시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대작 온라인게임 '애스커'를 내놓으면서 가상현실 버전도 함께 선보였다.

 

게임 업계에서 인지도가 낮은 스크린골프 기업 마음골프는 가상현실 게임산업에서 기대되는 유망주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와 오큘러스 리프트를 연동해 즐길 수 있는 '티업 VR'이란 골프 게임을 오는 3월 출시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마음골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80% 가량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온라인 골프게임처럼 게이머가 1인칭 시점으로 샷을 휘두를 수 있고, 싱글모드와 대전모드 등이 지원된다.

 

마음골프는 삼성SDS 출신인 문태식 대표가 지난 2012년에 설립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문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남궁훈 엔진 대표, 천양현 코코네 대표와 함께 옛 한게임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원래 문 대표는 NHN 한게임에서 온라인 골프게임을 개발하다 지난 2007년 엔플루토란 캐주얼 게임사를 새로 만들었다. 이후 스크린 골프로 사업 방향으로 돌리고 게임 사업을 접었으나 오큘러스 리프트 등장을 계기로 다시 게임 분야에 손을 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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