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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혹은 재탕…총선에 드리운 후진 금융

  • 2016.03.30(수) 09:30

새누리, 발권력 동원해 '양적 완화' 과격한 통화정책
더민주, 소액·장기연체 채권 '즉시 소각'
중금리 대출 등 금융부담 완화 공약은 '모호'

"우리도 시중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한국판 통화 완화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선거 공약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유난히 홍역을 치렀던 터라 정작 총선 공약은 재탕이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표(票)퓰리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다. 특히 금융 정책 공약의 경우 우리나라 금융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느닷없는 양적 완화 카드…한은 독립성·부작용 무시

새누리당은 지난 29일 느닷없이 한국형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의 구상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재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직접 인수해, 이를 20년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하도록 해 이 자금으로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 자금 흐름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은 빠르고 직접적인 대책이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상이라는 지적부터 나온다. 또 섣불리 양적 완화를 했다가 물가상승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은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결정할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은행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선 당과 청와대의 동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 소액 연체 채권 일괄 소각…근본 해결책엔 침묵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 해소 방안으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일괄 소각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더민주는 "우리나라에 신용불량자가 많은 이유는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에선 일정 기간 이상 연체가 되면 상각하고 처리를 끝내는데 우리나라에선 악착같이 돈을 받아낸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공약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당장 돈 없는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이 매력 있어 보이긴 하지만, 정작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과 이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계부채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생계형 대출 등 여러 계층의 문제가 뒤섞여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문제의식도 없다.

우체국 예금을 활용해 10%대 금리의 신용대출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일단 우체국은 대출업무 경험이 없는데, 기존 대출기관에서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10%대 중금리 대출 업무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지원을 받는 우체국과 기존 민간 금융사와의 불공정 경쟁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금융타운 조성·중금리 대출‥재탕에 비현실적

이 밖에도 총선에서 등장한 금융 관련 공약들은 재탕에 짜깁기한 내용이 즐비하다. 전라북도의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공약에서 등장한 금융타운 조성과 새누리당 부산시당이 내놓은 특화금융 육성 등의 공약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번 나오는 것들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수포가 된 마당에, 지역에 새로운 금융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말 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저신용자 대상 10%대 중금리 대출 공약의 경우 이미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책인 데다가, 중금리 대출이 저신용자를 위한 방안인지도 불분명하다. 중금리 대출은 주로 4~8등급의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9~10등급의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 인하 등으로 오히려 제도권 금융권에서 벗어나는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코 앞에 둔 지금은 일단 주목받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 시행할 수 있는지는 어느 당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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