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잡겠다며 인하했다가 부작용 커져
한국대부금융협회(대부협회)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은 내달 국회에서 대금업 규제 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기존 29.2%까지 부과했던 대금업 금리를 20%로 대폭 하향 조정한 뒤 오히려 서민금융이 크게 위축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자민당과 민주당 등의 중의원들이 대금업 규제 완화를 위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현행 20%의 금리 제한을 25~29% 정도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무작정 최고 금리를 내리거나 반대로 금리 제한을 너무 높이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적정선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엔 대금업법 개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일본의 이런 갈지자 행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총선을 앞두고 대부업법 금리를 인하한 뒤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자체 설문 조사에 따르면 27개 등록 업체 중 55.5%가 신규 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경우 그나마 대부업체에 기대왔던 8~10등급의 저신용자들은 자칫 연간 수백에서 수천 퍼센트에 이르는 폭탄 이자를 받는 불법 사금융 업체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대부업체들은 특히 최고 금리 인하에 대응해 더 깐깐하게 대출 심사를 하고 대손율을 낮추는 전략을 짜고 있다.
◇ 불법 사채 연 1630%…새누리당은 또 인하 카드
불법 사채의 폐해는 일부의 우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협회가 지난해 262건의 불법 사채 거래를 분석한 결과 평균 이자율은 연16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금융당국은 이런 불법 대부업체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중소 사채업자들을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와중이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최고 금리 인하 카드를 들고나와 '표(票)퓰리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자제한법의 최고 금리를 현행 25%에서 20%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인 간의 채권채무에 적용하는 규정이지만, 추후 대부업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무작정 최고 금리를 내리면 좋다는 단순한 사고방식이 이미 일본에선 부작용으로 나타났다"며 "애꿎은 저신용자들만 사채업자들로 내몰릴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