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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트라우마'의 쌍용차, 그 중국에 가는 까닭

  • 2016.10.13(목) 11:13

SUV 강점 앞세워 중국 시장 공략 복안
'티볼리' 흥행으로 실적 상향‥자신감 회복

쌍용차가 첫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나선다.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은 쌍용차와는 묘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되기 전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주인이었다. 당시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보다는 고급 기술 빼내기에 역점을 뒀다. 결국 상하이차는 '먹튀'라는 오점을 남기고 철수했다.

그런만큼 중국은 쌍용차에게 애증의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더이상 과거에 얽매여 시장 진출을 미룰 수는 없었다. 특히 중국은 쌍용차가 강점이 있는 SUV가 인기인 곳이다. 여기에 '티볼리'의 인기로 실적도 개선됐다. 과거의 상처를 지우고 미래를 설계할 자신감이 생긴 셈이다.

◇ 왜 중국인가

사실 쌍용차는 오래 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중국 시장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SUV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중국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성이 높은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SUV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3만대였던 SUV 판매량은 작년 618만대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한동안 중국 시장에서 SUV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시장에서 SUV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쌍용차로서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중국쪽의 사업 파트너를 찾아왔다. 중국 시장에 해외 자동차 업체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들어가야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모두 합작사를 설립해 자동차를 제조·판매해고 있다.

▲ 자료:중국승용차연석회의(단위:만대)

쌍용차는 산시기차(陝西汽車)와 손을 잡기로 했다. 산시기차쪽에서 먼저 쌍용차에 합작을 제의했다. 쌍용차는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산시기차는 상용차 전문 업체다. 공장의 위치는 중국 중서부 내륙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부대개발사업의 수혜를 노려볼만 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쌍용차는 산시기차측과 일단 LOI를 체결했다. 아울러 엔진 공장을 포함한 완성차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중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면 관세가 22.5% 붙는다. 현재 중국 SUV 시장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로컬업체들이 강세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수출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산시기차가 상용차 전문이라는 점도 쌍용차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쌍용차는 SUV 전문 기업이다. 따라서 합작을 하더라도 양사간 라인업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쌍용차가 주도권을 쥐고 SUV를 생산·판매할 수 있는 여력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 자신감 얻었다

쌍용차가 이처럼 중국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감을 회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IMF사태 당시 대우차에 인수됐다가 중국 상하이차로 주인이 바뀌면서 쌍용차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특히 상하이차의 기술 빼내기는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였다.

쌍용차는 상하이차 철수 이후 만신창이가 됐다.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되면서 한때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노조와의 관계도 개선됐다. 마힌드라그룹 인수 이후 선보인 '코란도C'와 최근의 '티볼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쌍용차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적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지난 2009년 293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던 쌍용차는 작년 영업손실 규모를 358억원까지 줄였다. 비록 아직 적자구간에 있지만 매년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쌍용차의 실적이 이처럼 좋아지고 있는 것은 '티볼리'의 판매 증가 덕이다.


'티볼리'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총 4만791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쌍용차 내수 판매량의 55.2%를 차지했다. 쌍용차가 판매한 차량의 10대 중 5대가 '티볼리'였던 셈이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실적 개선은 물론 쌍용차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에 일등공신이 됐다.

쌍용차의 중국 현지 생산기지 건설 프로젝트는 이런 자신감의 발로다. 국내 SUV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글로벌 무대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때마침 중국 시장에서 SUV의 인기가 높은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까다로운 국내 SUV 시장에서도 '티볼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이미 유럽 시장에서도 '티볼리'를 선보였고 장기적으로는 북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출은 그 전초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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