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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알쏭달쏭 조합아파트, 괜찮을까요?

  • 2016.10.14(금) 17:06

'우후죽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A to Z

"10년 전 집값으로 내 집 마련"
"시세보다 20% 저렴"
"분양보다 좋은 동호수 선점"

 

신문이나 인터넷, 길가 현수막에서 눈길을 확 사로잡는 문구를 내건 아파트 광고가 적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분양' 아파트가 아닌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지역주택조합도 많아졌습니다. 종전까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많았던 사업이 최근에는 서울 시내 뉴타운 해제지역 등 노후주택 밀집지역에서도 늘고 있습니다. 아파트 시공도 얼마 전까진 서희건설, 대우산업개발 등의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맡아왔지만 요즘은 현대건설, GS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들까지 눈길을 주고 있답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6개월 이상 거주, 무주택 또는 1주택자)이 한 데 모여 공동주택을 짓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직접 사업주체(시행사 역할)가 돼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벌이는 방식인 셈이죠.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실제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얘기하면 '공동구매'와 비슷합니다. 아파트를 지을 땅을 모두 사들일 목돈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과는 달리, 최초 조합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땅과 이후 모집한 조합원들의 돈을 모아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어서죠.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기간 등에 관계없이 분양 주택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2010년대 이후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많아진 배경도 초기 사업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주택사업 시행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돈을 대기가 어려워졌죠. 그래서 대규모 금융 조달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사업방식으로 떠오른 게 주택조합입니다.

 

하지만 장점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습니다. 땅과 자금을 모두 확보하고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보니 '불확실성'이 큽니다. 사업비가 부족하거나 토지 매입이 어려운 경우 사업이 늘어질 수 있고, 사업이 지체되면 사업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조합원이 어느 정도 모여야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데 불확실한 단계에서 조합을 구성하려니 '무리수'가 끼어들기 마련이죠. 이 때문에 조합원 모집 때 각종 허위·과장 광고로 지적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주택조합 아파트의 장·단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업이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조합주택은 추진위원회 단계를 거쳐 정식으로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택건설 대지의 80%이상에 대한 토지사용승낙서'를 가져야 합니다. 조합원 수도 사업을 통해 지을 아파트 가구수의 50%(최소 20명 이상)를 채워야 합니다.

 

조합 창립 당시에 조합원에 가입한다면 높은 위험성을 감당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죠. 확보해야 할 땅도, 늘려야할 조합원 수도 많죠.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더라도 '적어도 5년은 기다릴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조합 결성 전부터 아파트 브랜드나 시공 건설사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유의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시공 예정'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조합과 건설사가 시공 계약을 맺은 게 아니기 때문에 '유명한 건설사니까 괜찮겠지'라고 판단하는 건 위험합니다.

 

조합 결성 후 사업계획승인이 가까운 시점에 추가 조합원을 모집하는 단계라면 리스크는 좀 더 줄어듭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을 승인 받으려면 대지의 95% 이상에 대한 토지 소유권을 조합이 확보한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일반분양에 대한 사업성입니다. 일반분양이 제때 소화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죠.

 

시공을 맡을 건설사가 조합주택 사업에 어느 정도까지 발을 담그고 있는지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사도 조합사업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의가 확정 단계라면 그만큼 사업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건설업계에서 조합주택 사업 실적이 가장 많은 서희건설의 경우 조합원 모집률이 80%를 넘어서야 시공 계약을 맺는다고 합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앞으로 지역조합 주택의 투명성은 지금보다 나아질 걸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8월부터 조합원 모집 신고제와 조합원 공개모집을 의무화했습니다. 주택조합이 토지확보나 사업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설립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죠.

 

또 조합 업무대행사의 업무범위를 조합원 모집과 토지확보 등 조합설립 업무 대행, 사업성 검토·사업계획서 작성 대행, 설계자·시공자 선정업무 지원, 사업승인 신청업무 대행 등으로 법에 구체적으로 담아 비리 가능성을 차단토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현재 주택조합의 신고 내용이 법을 위반하는 경우 등에는 지자체장이 조합원 모집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의 더 강력한 주택법 개정안(이우현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도 입법 추진 중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량 조합주택 사업은 더 잘 걸러질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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