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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커머스]①"고객님, 추천합니다"

  • 2016.10.19(수) 17:45

아마존·알리바바·11번가, 상품추천 '눈길'
관건은 매칭의 정확성..빅데이터가 승부수

이커머스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방대한 양의 상품이 PC에서 모바일 장터를 옮겨 팔리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챗봇과 대화하며 쇼핑하는 '컨버세이셔널 커머스' 등이 대표적이다. '넥스트 커머스' 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넷플릭스 이용자의 75%는 사업자가 추천한 영화를 선택하고, 아마존 매출의 35%도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에서 나옵니다. 11번가도 상품 추천 기능을 개선하자 상품 클릭률이 10% 증가하고 구매 전환율도 6.2% 증가했습니다."(이상호 SK플래닛 CTO, '테크플래닛 2016')

사용자 맞춤형 상품추천 기능이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수많은 상품을 일일이 검색하고 클릭한 뒤 고르는 건 소비자에게 고역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의 현재 누적 상품 수는 10억2934만건에 달하는데, 하루 전시하는 상품 수도 최대 5700만건에 이른다. 그러나 11번가 월간 방문자 1500만명이 한 번이라도 클릭하는 상품은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2612만건에 불과하다. 누적 기준으로 전체 상품의 2.6%에만 사용자의 손길이 가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상품추천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국내외 커머스 업계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검색·클릭·장바구니·리뷰·배송·지불 등 개인별 소비 행태와 상품별 유사성을 파악하고 추천함으로써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 AI가 내 마음을 읽고 있다

미국 1위 쇼핑몰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인 'A9'은 소비자가 클릭·구매한 상품 데이터를 구축해 상품 간 유사도를 계산한 뒤 소비자의 쇼핑 이력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책을 사고 남긴 평점 등의 정보를 모은 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추천 책 목록들을 만들어 특정 목록을 좋아할 것 같은 소비자 B, C, D에게도 추천하는 식이다. 

 

전세계 81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의 영상 추천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콘텐츠 취향을 수천 개로 나눈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고 특정 커뮤니티에 속하는 사용자를 머신러닝으로 구분해 매칭한다. 가령 취향이 분석된 스미스 씨와 나카모토 씨는 펄프픽션, 굿 윌 헌팅,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모인 커뮤니티에 속하게 돼, 두 사람은 비슷한 영화 목록을 추천받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에 포함될 수 있다. 중국 알리바바도 소비자 정보와 상품 피드백을 머신러닝에 투입해 서로 매칭한 뒤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국내의 경우 11번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쇼핑 이력과 클릭·구매가 발생한 상품 정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개인 관심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일정 기간 쇼핑 이력이 있는 가입자의 소비 성향과 상품 정보 10억건 이상을 분석해 매칭하는데, 상품 관련 단어와 그에 담긴 맥락 등을 추가 분석해 추천 상품을 제시한다. 아동용 교육상품에 포함된 창의력, 과학, 블록, 놀이, 두뇌발달, 캠핑, 나들이 등의 단어들이 가진 의미와 단어가 쓰인 맥락을 파악해 유사 상품 목록을 만들고, 이를 좋아할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 누가 더 정확히 취향 저격할까

 

관건은 소비자와 상품의 정확한 매칭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상품을 추천하지 못한 경우,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고도 늘 불만을 갖다가 결국 가장 선호하는 상품 구매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 진 알리바바 수석 엔지니어는 "남녀 매칭을 예로 들면, 남자 M1의 선호도가 W1-W2-W3 순이고, 여자 W2의 선호도가 M2-M1-M3인데 서로의 2순위인 M1과 W2를 적당히 매칭해 결혼에 이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M1과 W2가 결혼한 뒤에 가장 선호하던 W1과 M2를 만나면 기존 배우자를 버리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알고리즘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커머스 업계는 이런 상품추천 서비스가 더 많은 구매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면 지갑을 열지 않던 소비자도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상품과 소비자를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광고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어 수익도 높일 수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상품 추천은 소비자에게 상품 탐색 비용을 최소화해주고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제공해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하위 80%가 상위 20%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롱테일의 법칙'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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