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넥스트 커머스]②AI와 대화하며 쇼핑한다

  • 2016.10.20(목) 14:39

챗봇에게 말하면서 쇼핑…"검색? 질문하세요"
고객-고객 질의응답·음성대화 등으로 진화

이커머스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방대한 양의 상품이 PC에서 모바일 장터를 옮겨 팔리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챗봇과 대화하며 쇼핑하는 '컨버세이셔널 커머스' 등이 대표적이다. '넥스트 커머스' 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안녕, 데이비드! 오늘 뭘 살거니? 옷, 신발, 액세서리 신발 중에 골라봐"

"스니커즈"

"좋아. 어떤 신발 살거야? 스니커즈, 로퍼, 부츠가 있어"

"스니커즈"

"가격대는? 75달러 이하, 75~250달러, 250달러 이상"

"75~250달러"

"이런 신발 어때?"

미국 이커머스 업체 '스프링'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는 챗봇(Chat-bot)을 통해 고객과 대화하는 모습이다. '컨버세이셔널 커머스'(Conversational Commerce)의 한 유형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고객이 스프링 앱에서 '개인형 쇼핑 도우미'(Personal Shopping Assistan)를 시작하겠다고 클릭하면, 챗봇이 말을 걸고, 물건을 고르는 과정이 이어진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으면 더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상품과 관련된 질문도 가능하다. 결제도 금방 끝난다. 신용카드 등 미리 등록한 결제정보가 있어 구매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고객은 메신저에 등록한 주소로 배송되는 상품을 기다리면 된다.

◇ 컨버세이셔널 커머스 등장

컨버세이셔널 커머스가 뜨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을 갖춘 챗봇을 통해 상품 검색부터 구매, 결제, 배송까지 가능한 대화형 전자상거래 방식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채팅창과 같은 사용자 환경(UI)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형태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풍부한 대화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자세하게 알 게 돼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할 수 있고, 사용자는 상품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상품 카테고리를 검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0번을 누르라는 식의 말이나 하는 기계음이 아닌 상담원과 통화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고객상담전화도 대체할 수 있는 셈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세계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지난해 4월 공개한 챗봇은 현재 1만개가 넘을 정도로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KLM네덜란드항공도 그중 하나다. 이 항공사는 여행 일정 확인과 항공권 발권, 예약 변경 등을 채팅으로 할 수 있게 했다. 항공권 구매 이후에도 챗봇은 고객에게 말을 건다. "구매해줘서 감사합니다. 예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이 있나요?" 챗봇은 고객이 비행기에서 내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대화하면서 항공기 지연, 수하물 위치, 여행 정보 등 각종 질문에도 응대한다.

사업자가 챗봇을 트레이닝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챗봇에게 예시를 주고 훈련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복잡한 공식을 끼워 넣은 알고리즘이 있는 게 아니라, 입력이 1일 때 출력이 2라는 정도 예시를 잔뜩 주입해 학습시키면 된다. 이런 훈련 과정에서 챗봇은 고객이 담긴 말에 담긴 의도와 맥락도 파악하게 된다고 한다. 가령 '김치찌개를 하고 싶다'는 말이 입력되면, '찌개용 김치를 찾는다'는 의도를 파악하는 식이다.

국내의 경우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의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의 문의에 채팅으로 답하는 대화형 상품 추천 서비스다. 이런 채팅 서비스는 구매전환율을 높이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호 SK플래닛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반기획전의 경우 구매전환율이 1.4%에 불과했지만,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의 경우 9.0%에 달한다"며 "대화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많이 알게 돼 더 많은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챗봇은 진화중

챗봇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쇼핑 관련 질문을 받는 '애스크 올(Ask-All)'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에 의한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고객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는 애스크 올에 '가격이 비싸서 구매를 확정하기 어렵다'와 같은 질문을 남길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챗봇이 아니라 다른 고객이 해당 질문에 답한다는 점이다.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고객은 대부분 해당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어 고객이 궁금한 정보를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다는 콘셉트다. 질문이 한 고객에게 너무 많이 쏟아지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특정 고객에게 도달하는 질문 빈도 또한 조절하고 있다.

롱 진 알리바바 수석 엔지니어는 "애스크 올에는 매일 2000만명의 고객이 50만건의 질문을 하고 있다"며 "알리바바 전체 고객 5000만명과 기계가 통합된 질의응답 시스템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아마존은 음성 대화로 쇼핑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올해 초 선보였고,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를 지난 8월 내놓는 등 음성 대화형 쇼핑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챗봇 플랫폼을 두고 커머스와 모바일 메신저 업계 간 경쟁도 불붙을 전망이다. 커머스 회사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형태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이 메신저 상에서 구현할 수는 방식으로 나뉘고 있어서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음성인식기술 스타트업 윗에이아이(wit.ai) 팀의 책임자인 알렉스 르브룅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PC 웹사이트로, 웹사이트가 모바일로 전환된 것처럼 이커머스는 챗봇으로의 전환을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