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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돈 캐는 날' 인삼밭으로 발령받은 오대리

  • 2016.10.21(금) 13:28

8년 공들인 인삼 수확..돈 되는 예쁜 삼 '우수수'
한국인삼공사, 깐깐한 품질관리..경호원까지 파견

19일 평창군 대화면 인삼밭. 트랙터가 밭을 갈고 나가자 이랑 위로 인삼이 쏟아졌다.[사진=안준형 기자]

 

"몸 나왔다."

지난 19일 오전 7시 평창강과 대화천이 만나는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자리 잡은 인삼밭(1만700㎡, 3238평). 밭 주인 최수희 씨 부부가 6년 만에 수확한 씨알 굵은 인삼을 보며 활짝 웃었다. "어제는 '앙다바리'(난발삼)만 나와, 몸이 있어야 된다고 난리였는데". 걱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난발삼은 몸통(주근)보다 다리(지근)가 발달한 못생긴 인삼을 말한다. 농작인들은 난발삼을 파삼(소편삼)이라 불렀다. 최 씨는 "괜찮은데 좀 더 굵었으면…"이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안색은 밝았다. 오상민 한국인삼공사 대리는 "전날 수확한 정선 밭보다 실하다"고 귀띔했다.

 

밭에서 캔 인삼을 원삼과 파삼으로 분류하는 인부들. 잘생긴 원삼은 원물 그대로 쪄서 홍삼을 만든다. 무게가 50g 이하거나 긁힌 파삼은 홍삼원액으로 사용한다.

 

◇ 인삼공사 직원 700명 '밭으로'

인삼은 몸이 굵고 다리가 쭉 뻗은 원삼(대편삼)을 최고로 친다. 오 대리는 "밭에 큰 돌이 많으면 난발삼이 많이 생긴다. 돌이 없어야 뿌리가 쭉 뻗는다"고 설명했다. 잘 생긴 인삼도 무게가 50g이 안되면 파삼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원삼이 파삼보다 20~30%가량 더 비싸 둘이 섞이지 않게 상자에 담아야 한다.

최 씨의 부인은 몇 번이나 인삼을 분류하는 인부들에게 "대가리(인삼 머리) 없으면 안 돼. 아깝다 생각 말고 파삼 박스에 넣으세요"라고 주의를 줬다. 수확 다음 날 한국인삼공사가 검사에서 원삼 상자에서 파삼이 나오면 낭패다. 그 상자뿐 아니라 밭 전체 값이 뚝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인삼이 재배기간이 길고 값이 비싸다보니 농민들이 자칫 4~5년 근을 6년 근으로, 중국산을 국산으로 바꿔치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인삼을 100% 계약재배하는 한국인삼공사는 인삼 수확철인 9~11월이 되면 직원 700여명을 전국 2200여개 인삼밭으로 발령을 낸다. 임원과 공장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이날 평창군 밭엔 오 대리를 포함 공사 직원 2명과 함께 용역 회사에서 온 경호원도 파견됐다.

 

오 대리는 "지난해 가짜 백수오 사건 이후로 인삼 밭당 발령되는 직원이 1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며 "농민을 믿고있지만 단 1% 가능성으로 고려해 전국의 모든 밭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8년의 기다림'

인삼 재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6년 근을 키우기 위해선 8년이 필요하다. 묘삼(싹을 틔운 삼)을 심기 전에 2년간 거름을 주며 땅을 놀려야한다. 걸고 기름진 땅을 만들기 위해서다. 공사 직원들이 6년 근을 '8년의 기다림'이라 부르는 이유다.

일단 땅에서 인삼을 캐고 나면 시간을 아끼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인삼 선별 작업장 관리자는 "빨리빨리 골라요. 손자 주무르듯 하지 말고"라며 인부들을 재촉했다. 인삼 속 수분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한꺼번에 100명의 인부가 동원되는 이유도 하루 만에 인삼을 모두 캐내기 위해서다.

수확된 인삼은 한국인삼공사 구매장에서 최종 품질 검사를 끝낸 뒤 곧바로 48시간 동안 찌고 말린다. 땅에서 인삼을 뽑은 지 5일 안에 홍삼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확을 끝낸 농민들은 인삼을 심을 만한 땅을 보러 전국을 돌아 다닌다. 한 번 인삼을 심었던 땅은 최소 10년이 지나야 인삼을 다시 심을 수 있어서다. 오 대리는 "인삼은 땅에 있는 모든 성분을 빨아 들인다"며 "인삼을 심을 만한 땅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업은 오후 4시30분에야 끝났다. 6년근 총 345상자(개당 35kg)를 수확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3억~4억원 어치나 된다. 풍년이다. 수확이 끝나면, 근처 동네 주민들이 텅 빈 밭으로 모여든다. 땅에 떨어진 삼 뿌리라도 줍기 위해서다. 6년 근이 워낙 비싸다 보니, 뿌리도 모으면 돈이 된다.

 

오 대리는 "인삼 캐는 날은 돈 캐는 날"이라 웃으며, 다음 날 수확이 예정된 횡성 인삼 밭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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