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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관세大戰]①발단 : 1억 뇌물에 2천억 세금

  • 2013.09.16(월) 18:44

세관 직원, 디아지오 금품 받고 구속…전면 재조사
수입가격 조작 저가신고 세금 추징→과세 불복 진행

국내 위스키 수입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이하 디아지오)와 관세청이 5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수입 신고한 위스키 가격이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낮다고 보고, 10년 전 신고분부터 꼬박꼬박 세금을 물리는 중이다.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과세에 이어 조만간 최소 1500억원의 세금을 더 부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디아지오는 신고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로펌을 앞세워 소송을 걸었다. 법원의 판결에 정부의 조세 수입과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외교 문제까지 맞물려 있다. 새 정부와 다국적기업의 사활이 걸린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분쟁을 발단부터 차근차근 짚어보고, 클라이막스를 거쳐 결말이 가져올 파장까지 예측해본다. [편집자]
 
 
10년전 참여정부 출범 직후 국내 위스키 시장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2004년부터 시행된 접대비 실명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달렸던 위스키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업들 접대비는 2000년대 들어 2005년 딱 한차례 감소(전년비 - 5.1%)했는데, 2004년 1월 국세청이 '접대비 업무 관련성 입증에 관한 고시'를 개정한 영향이었다. 국세청은 건당 50만원 이상의 법인 접대비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의 기록·보관을 의무화하는 접대비 실명제를 전격 도입해 시행했다.
 
룸살롱, 단란주점 등 법인카드를 통해 접대비를 지출하는 유흥주점은 위스키의 핵심 판매처였고, 위스키 수입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윈저와 조니워커 등 유명 위스키를 수입하던 디아지오코리아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우회로를 택했다. 세무공무원을 매수해 매출 부진의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2007년 7월 기업심사를 나온 서울세관 조 모 조사관(6급)에게 1000만원짜리 수표 10장(1억원)을 건넸고, 수입 위스키 과세가격을 조작해 480억원의 관세를 환급받았다. 디아지오는 뇌물 1억원으로 480배에 달하는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잘못된 만남을 통한 밀월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뇌물을 받은 조씨는 한달 후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고, 법정에서 5년형을 선고 받아 의정부교도소에서 죄값을 치렀다. 디아지오는 역풍도 맞았다. 세무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은 훗날 관세청 개청 이래 최대 과세 처분의 도화선이 된다.
 
뇌물 사건 이후 서울세관은 디아지오가 수입한 위스키 가격부터 다시 조사했다. 디아지오는 2003년부터 위스키 수입신고 가격을 55% 가량 낮췄고, 경쟁 업체들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았다. 제품 원가에 포함되는 이윤과 일반경비도 상당히 적게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시범케이스'로 걸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결국 서울세관은 정상적인 과세가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2004년 3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디아지오가 수입한 제품에 적용한 영업이익률 13.4% 대신 영국 디아지오 본사의 매출총이익률 122%를 다시 적용해 과세가격을 산출했다.
 
디아지오가 통보받은 세금은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064억원에 달했다. 거액의 세금을 맞은 디아지오는 또 다른 해결책을 찾느라 머리를 싸맸다. 디아지오는 결국 관세청의 과세 방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서울세관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세관 측은 보다 정확한 과세를 위해 디아지오에 원가 자료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자료를 받을 수 없었고, 디아지오의 이윤이 아닌 경쟁업체의 유사물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다시 과세했다.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세관은 기존보다 120억원 가량 줄어든 1940억원의 세금을 확정해 디아지오 측에 통보했다. 디아지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당시 영업이익(87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세금을 먼저 낸 후, 불복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조세심판원을 이끌던 백운찬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관세청장을 맡아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과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판 결정의 최종 결재권을 쥐고 있던 그가 3년 후 디아지오 과세에 사활을 걸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디아지오(Diageo)는 어떤 회사?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다국적 주류회사로 1997년 기네스사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사가 합병해 디아지오로 재탄생했다.
 
위스키와 보드카, 와인, 맥주를 모두 취급하며, 조니워커 (Johnnie Walker)와 스미노프(Smirnoff) 등은 애주가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 18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국내 자회사로 디아지오코리아를 두고 있다. 대표 상품인 윈저(Windsor)는 국내 위스키 판매량 1위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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