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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위의 '자뻑' 설문조사

  • 2016.10.26(수) 16:31

검사·제재 개혁 만족도 20명 대상으로 설문
심층 조사라면서 "전보다 나아져" 자화자찬

"검사받는 사람들이야 사실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죠. 그런데 건전성 검사만 하고 금융사가 알아서 제재하라는데 당연히 만족하지 않겠습니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6일 내놓은 '검사·제재 개혁' 현장 체감도 및 만족도 조사 결과에 대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결과에서 만족도 높은 것만 너무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이 해왔던 종합검사를 대폭 축소하고 컨설팅 목적의 건전성 검사를 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더 해 금융사의 자체 징계 자율성을 확대하고 반론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사·제재 관행 개선안은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준 건데, 만족도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금융권 인사들의 의견도 대체로 그렇다.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제대로 건전성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또는 자율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규제를 바꿨으면 그에 따른 장단점을 살펴보고 수정·보완을 해나가야지, 알고 있느냐나 만족 하느냐를 물어보고 이것만 강조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조사 방식과 결과 분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직접 검사를 받은 금융사 직원 14명과 금감원 검사역 6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심층 실태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심층 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자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만족도나 체감도를 점수화해 이를 과거와 객관적으로 비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같은 조사를 하면서 심층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병행했는데, 심층인터뷰에 대해서는 '개혁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추상적인 언급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올해 조사에서는 '대상자들이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며 이를 "(과거보다 검사·제재 개혁 방안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해석했다.

실제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비교 분석의 객관성에 신뢰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조사 이후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심층 조사만 하게 됐다"며 "향후 추가로 설문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런 '주관적' 조사에 대해 불신감을 나타낸 적이 있어 고개를 더욱 갸웃하게 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을 87위로 평가하면서 '우간다(81위)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이 나오자, 금융위는 "기업인 대상 만족도 조사 성격이 높아 비교에 한계가 있고, 금융개혁 성과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발끈했다. 관련 기사 ☞ [Inside Story]갈 길 먼 임종룡표 금융개혁, '아! 체감'

그러나 금융개혁이 한참 진행된 뒤인 올해 10월에 발표된 지표에서도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은 80위로 우간다(77위)보다 못했다. 금융위의 설명이 여전히 군색해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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