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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크라운제과 윤석빈, 어떻게 '왕관' 썼나

  • 2016.10.27(목) 14:05

윤석빈의 두라푸드, 크라운제과 최대주주 등극
그룹 지원받으며 16년간 크라운제과 지분 매수

 

아버지가 아들에게 왕관(crown)을 넘겼습니다. 크라운제과에 관한 얘기입니다. 크라운제과의 2세대 경영인 윤영달 회장이 장남인 윤석빈 대표에게 1대주주 자리를 물려준 것이죠. 승계는 16년간 짬짬이 이뤄졌고, 크라운제과의 경영권은 3세대에게 사실상 넘어갔습니다.

크라운제과 승계의 중심엔 두라푸드가 있습니다. 윤 회장은 이달 24일 두라푸드에 6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넘겼습니다. 두라푸드가 보유한 크라운제과 지분은 19.59%에서 22.79%로 늘었죠. 이날 또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 45만주(2.88%)를 윤 대표에게 증여했습니다. 윤 회장의 크라운제과 지분이 25.82%에서 19.11%로 낮아지면서, 2대주주로 내려왔습니다. 1대주주 자리는 두라푸드가 차지했습니다.

두라푸드는 영양갱 등을 만들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인이 윤석빈 대표입니다. 그는 두라푸드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번 지분 승계로 지배구조가 '윤석빈-두라푸드-크라운제과-해태제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두라푸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두라푸드 감사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죠. "과자의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1989년에 (주)우전을 상호로 설립됐습니다. 2007년 (주)두라푸드와 (주)남덕을 흡수합병했고, 상호를 (주)두라푸드로 변경했다." 복잡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들인지 찾아봤습니다.

 

▲ 윤영달(왼쪽) 회장과 장남 윤석빈 대표.


두라푸드의 뿌리인 우전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남덕도 1987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회사이죠. 과자 회사에 갑자기 차 부품이 등장하니 생뚱맞습니다. 하지만 윤 회장과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윤 회장은 2007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뒷날 기계회사를 차렸는지도 모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학(연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기도 했죠. 여기서 말하는 기계회사가 바로 우전과 남덕입니다. 그는 우전과 남덕에 앞서 1973년 산업기계를 제조하는 ㈜한국자동기를 세우기도 했죠.

아버지(고 윤태현 회장)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차린 회사였지만,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고 합니다. 윤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하도 어려워서 목 매달 생각도 해 보고, 한강 다리에도 몇 번 올라갔습니다"고 했습니다. 15년간 방황했던 그가 크라운제과로 다시 돌아온 것은 1995년. 이때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 대표이사로 취임합니다.

윤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만든 회사(우전, 남덕)는 훗날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통로가 됐습니다. 아이러니죠. 껍데기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던 우전은 2007년 두라푸드와 남덕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두라푸드로 바꿉니다. 2006년 남덕의 대표는 윤 회장의 부인인 육명희 여사가 맡고 있었습니다.

1993년 설립된 두라푸드는 크라운스낵과 함께 죠리퐁과 카라멜콘과 땅콩, 콘쵸코, 커피나 등을 만들어 크라운제과에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운 좋은 회사였죠.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두라푸드가 단순히 운이 좋은 회사는 아녔습니다. 설립 당시 지분은 파악되지 않지만, 2004년 두라푸드는 윤 대표가 지분 98.3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습니다. 두라푸드는 2003~2006년 30억~4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죠. 두라푸드가 2007년 우전과 남덕과 합병한 뒤에도 윤 대표는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두라푸드는 2010년부터 폭풍성장합니다. 매출은 2009년 40억원에서 2010년 83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성장동력은 영양갱이었죠. 두라푸드는 2009년 해태제과의 광주공장 영양갱 라인을 인수합니다. 40억원대에 머물던 두라푸드 매출은 2015년 106억원까지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두라푸드를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전형적인 일감몰아 주기 아니냐는 것이죠. 여기에 두라푸드가 최근 크라운제과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회사 변명도 궁색해졌죠.

두라푸드가 처음 크라운제과 지분을 인수한 것은 2000년 4월6일. 이날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 3000주를 주당 1만2500원에 샀습니다. 4거래일간 총 4억7500만원을 들여 크라운제과 지분 2.65%(3만7600주)를 인수했죠.

지분 인수 목적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었습니다. 2대주주였던 세일이라는 기업이 법적소송을 통해 윤 회장을 압박했습니다. 당시 윤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었습니다. 1998년 크라운제과 부도난 이후 시련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경영권이 안정된 뒤에도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 지분을 야금야금 늘립니다. 지분은 2001~2004년에 5%대를 유지하다 2005년 10%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후 지분은 13~14%로 늘어난 뒤 이 수준을 유지하다 2013~2014년 갑자기 증가합니다. 두라푸드가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면서죠.

두라푸드가 2013년 크라운소베니아, 2014년 훼미리산업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각자 회사가 보유했던 크라운제과 지분이 두라푸드로 몰렸습니다. 결국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 지분 20.06%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습니다. 이번에 윤 회장이 증여까지 하면서 윤 대표는 직간접적으로 크라운제과를 지배하는 1대주주에 오르게 됩니다.

크라운제과는 내년(창립 70주년)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크라운제과를 식품사업부문(크라운제과)과 투자사업부문(크라운해태홀딩스)으로 인적분할을 통해서죠. 이 과정에서 윤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두라푸드가 크라운제과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한지 16년 만에 사실상 승계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 넘습니다. 윤 대표가 1조원이 넘는 회사를 승계받기 위해 쓴 돈은 얼마나 될까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윤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내야하는 증여세 72억원 정도 아닐까요. 여기에 과거 두라푸드 자본금(2004년 기준 18억원) 정도가 더해지지 않을까요. '왕관'의 정확한 가격은 윤 대표만 알고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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