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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의 눈물]①헤어나올 수 없는 늪

  • 2016.11.01(화) 10:23

700선 밑에서 '허우적'…대외여건·실적 부담
수급주체 부재 결정적…신용융자 급증 '경고등'

코스닥 시장이 깊은 늪에 빠졌다. 지난 8월 700선을 내준 후 이렇다할 반등 없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좀 더 큰 흐름 상으로 봐도 수년째 지루한 횡보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데는 대내외 증시 환경과 실적 부진이 작용하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이 갖는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내년까지 쉽지 않은 행보가 예고되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700선 안착 번번히 좌절

 

코스닥 지수는 올들어 700선을 몇 차례 돌파했지만 번번히 안착이 무산되면서 지루한 등락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 역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닥에 비하면 양반이다.

 

2004년 이후 비슷한 궤적을 그리던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는 2008년을 전후로 코스피가 직전 고점을 넘어선 반면 코스피는 2007~2008년 사이 고점을 넘지 못하고 더욱 좁은 범위에서 기어가고 있다. 

 

 

최근 흐름에서도 상대적인 부진이 뚜렷하다. 코스피가 2000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반등 시도가 막힌 후 650선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최근 석달간 수익률을 따져보면 코스피는 1% 이상 올랐고, 코스닥은 9% 이상 빠졌다.

 

◇ 대외여건에 실적 부진까지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로는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이나 실적 요인이 주로 꼽힌다.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불안하다보니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소형주도 큰 폭으로 빠지며 부진을 거듭했고 주로 대형주들이 강세를 주도했다.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시장이 오래 전부터 인지해 온 부분이다. 올 1,2분기 어닝시즌에서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닥 부진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다.

 

현대증권은 "8월 이후 국제유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기대인플레를 자극하며 저평가된 대형주 수요를 자극한 것도 고밸류 섹터 비중이 큰 코스닥을 소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3분기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판매중단 여파 등으로 이익 전망이 하향됐지만 코스닥의 3분기 예상 순이익은 전년대비는 물론 전기대비로도 40% 안팎의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 수급 부재 '결정적'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으로 수급 상황이 지목된다. 재료를 떠나 코스닥 시장을 움직일 주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코스닥 지수가 앞서 꼽힌 실적이나 해외증시 등락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더 받고 있다며 수급 주체 부재가 크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참여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개인 투자자들의 위력이 크게 작용한다. 외국인만 봐도 코스피 시장 비중은 30%가 넘지만 코스닥은 10%를 밑돌고, 기관은 지난해부터 순매도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시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하는 신용융자잔고가 급증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또 한차례 매물이 쏟아질 가능이 제기된다.

 

코스닥 신용잔고는 최근 4조원(10월28일 현재 4조1692억원)을 돌파하면서 코스피(3조2704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상태다. 신용잔고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증권과 관련해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증권을 빌려주는 것으로 잠재적인 매물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도 2%를 넘어서며 2010년 평균치인 1.88%를 웃돌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은 0.2%대에 불과하다.

 

 

◇ 신용융자 급증 '경고등'

 

개인 투자자들은 올들어 바이오 등 새로운 주식이 속속 상장되면서 신규 신용 설정을 늘렸고 코스피 반등에 따른 코스닥의 반사익 기대도 신용융자 증가에 일조했다. 반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이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타면서 투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용융자잔고가 지난 7월 이후 급증했고 90일 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초부터 상환압력이 커지면서 매도세를 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용융자가 늘었음에도 실질적인 예탁금 규모는 크게 늘지 않으면서 개인 매수세가 단기간에 확대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더 최근 코스닥 시장으로의 진입이 수월해지면서 기업공개(IPO)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코스닥 수급을 누르고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할 때 코스닥 시장이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에도 부진을 거듭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기호 LIG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코스닥 추세를 분석해보면 상반기까지는 힘들 수 있다"며 "내년 4~6월까지 약세장이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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