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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P2P대출]②신의 한 수냐 발뺌이냐

  • 2016.11.03(목) 10:01

개인 투자한도 1000만원…자본규제는 풀어줘
업계와 시장 모두 '불만'…공은 다시 시장으로

금융당국이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우리나라에 P2P대출 시장이 생긴 이래 첫 규제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P2P대출 업체들은 몸집 불리기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고, 반면 우려했던 일부 규제는 풀리기도 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도 시장의 자율 정화를 강조했다. 공은 다시 시장으로 넘어온 셈이다. P2P대출 시장의 현황과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짚어봤다. [편집자]


"그래서 보도자료 제목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2일 내놓은 'P2P대출 가이드라인'의 보도자료의 제목은 'P2P대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다.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은 부제로 내렸다.

왜 이런 제목을 내세웠을까?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문구이기도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사실 모든 P2P 대출 업체에 준수를 강요하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한국P2P금융협회'라는 곳이 구체적인 표준안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이 협회는 금융위 정식 등록 기관도 아닌 데다가, 모든 P2P대출 업체들이 이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한 업체가 이런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겠다며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지적을 하자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엄격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기보다는 시장 자율적으로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래서 보도 자료 제목도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 금융위원회가 2일 내놓은 P2P 대출 가이드라인 보도자료 캡처.

결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긴 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크지 않으니 소비자가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각에서 금융위가 규제의 책임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돌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개인 투자 한도 1000만원으로 제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투자 한도 설정이다. 앞으로 개인 투자자는 P2P대출 업체당 연간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라도 이자·배당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한 최대 4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법인이나 전문투자자의 경우 별도의 규제를 하지 않았다.

▲ 자료=금융위원회

투자금을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하고, 누적 대출액과 대출잔액, 연체율 등을 공시하는 방안도 내놨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이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고 관련 정보를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이밖에 대부업체와 연계하는 형태의 P2P대출 업체를 금융위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으로는 규모가 작은 대부업체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었는데, P2P 연계 대부업체의 경우 금융위 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연계한 업체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으면 연계 금융회사에 페널티를 준다. 

◇ 금융위 "기존 금융법 체계로 정의 곤란"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한 가지 전제를 깔았다. "P2P 산업은 금융업권의 영역과 비금융영역에 조금씩 걸쳐 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법 체계로 정의하기는 곤란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P2P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P2P 대출과 같은 핀테크 산업 규제에 대한 금융위의 고민을 드러내는 문구다. 실제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존 금융법 체계에 충돌하는 내용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애초 금융위는 한 투자 기관이 한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게 대부업체와 다를 게 없다며 이를 금지하려 했다.

그러나 여러 기관이 한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것 역시 대부업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적용하면 모든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인투자자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허용했다. 이는 결국 현행 법체계에서 대부업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투자로 인정해준 셈이다.

대부업체에 적용하는 총자산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업법에선 대부업체들이 대출 발생 시 해당 금액의 10% 금액만큼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는 P2P대출 업체와 자회사인 대부업체가 사실상 하나의 회사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옹색한' 논리를 내놨다.

◇ '투자한도 설정·선대출 금지'에 업계 반발

P2P 대출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금융법 체계에 근거한 규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개인의 투자 한도를 정한 것과 선대출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일부 P2P 대출 업체들은 차입자에게 먼저 대출을 해준 뒤 투자 자금을 모으는 식으로 '선대출' 영업을 해왔다. 투자금부터 모으고 대출을 해주면 아무래도 대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만약 투자 자금이 제대로 모이지 않으면 해당 P2P 대출 업체가 부실화할 수 있다며 이를 금지하기로 했다.

P2P대출 업체들은 '선대출' 금지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당장 이번 규제로 앞으로는 '빠른 대출'은 사실상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투자 한도를 업체당 1000만원으로 묶은 것 역시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기관투자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 공은 다시 시장으로…규제 사각지대 여전

이번 가이드라인은 P2P대출을 강제로 규율하면 시장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에 대한 철학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보니 일부 사안에는 예외를 인정해주고, 또 일부 사안에는 과도하다고도 볼 수 있는 규제가 들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한 것으로 이용 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P2P대출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며, 충분히 알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위가 시장에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규제의 사각지대를 여전히 남겨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공을 다시 시장으로 넘긴 셈이다.

P2P대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제 규제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더 어려운 과제만 떠안게 됐다"면서도 "앞으로 이 가이드라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더 성장할 수도,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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