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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M&A 유발자들]③퇴출사업자는 누구

  • 2016.11.03(목) 16:45

케이블간 합병 이어 통신의 MSO 인수 이어질 듯
지상파·종편·MPP 중심 OTT 서비스도 한 축 이뤄

최근 통합방송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TV 권역제한 해지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경우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시장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2위 통신업체 AT&T는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아직 미국 당국의 승인이 남았지만, 인수시 1995년 만화 제작사 월트디즈니가 지상파 방송사 ABC를 190억달러(당시 환율로 14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계 미디어업계에 대형 M&A의 물꼬를 튼 이래,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 방송·통신·미디어업계간 M&A가 활성화 된 가운데, 국내 상황을 점검해본다.[편집자]
 

 

현재 방송, 통신, 미디어 업계 분위기로 봐선 규모의 경제를 가진 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결국 딜은 실패했지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 했던 배경에도 규모의 경제가 숨어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가 있어야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나타난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콘텐츠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다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케이블TV 업체간 합병이다. 현재 케이블TV(SO) 사업자는 90개다. 이중 CJ헬로비전 계열이 23개, 티브로드 계열이 22개, 딜라이브 계열이 17개, CMB 계열이 10개, 현대HCN 계열이 8개다. 나머지 10개는 개별 SO다.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유료방송시장 권역폐지가 시행된다면, 우선적으로 케이블TV 간 인수합병(M&A)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23개에서 8개까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MSO가 개별 SO를 인수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다음으로는 MSO간 M&A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CJ헬로비전 변동식 대표는 "CJ헬로비전은 2000년 1개 SO에서 현재 23개까지 성장하면서 자체 성장도 했지만, 대부분 M&A를 통해 키워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23개 SO를 성장시키고, 적절한 시점에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규모를 키워야 독자생존을 하든, 재매각을 추진하든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티브로드도 상장(IPO)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규모를 키우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은 케이블TV 사업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 IPO를 하더라도 큰 돈을 모으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많다. 때문에 티브로드는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딜라이브는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하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씨앰앤에서 딜라이브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케이블TV 사업을 하면서 넷플릭스와 손잡을 것도, 계열사인 연예기획사를 통해 콘텐츠 수급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모두 매각을 위한 몸 값 높이기 전략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서비스 변화 없이는 몸 값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딜라이브 인수금융에 참여했던 KB금융지주 측이 최근 인수금융 1200억원 중에서 충당금으로 978억원을 쌓은 것이 실례다. 사실상 투자한 돈을 포기한 셈이다.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허정수 전무는 "딜라이브 매각(M&A) 환경이 어려우며 원금 상환도 불투명하다"면서 "최근 IPTV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케이블TV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딜라이브 매각이 계속 지연되는 등 매각 환경도 좋지 않다"면서 "각종 요소들을 종합적을 판단해 딜라이브에 대한 건전성 분리를 강화해 1000억원 가까운 충당금을 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HCN과 CMB도 잠재적 매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팔려고 하는 이는 비싸게, 사려고 하는 이는 싸게 가격을 생각하고 있는 만큼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간격을 좁히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시장 자율구조조정은 빨라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통신사의 MSO 인수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사겠다고 먼저 나섰던 만큼, 향후 통합방송법 등 규제완화가 진행된다면 M&A 시도는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IPTV 사업자가 MSO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해 방향을 잡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 법률안(통합방송법)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합 규제하는 법안이다. 통합방송법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적법한 절차 내에서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M&A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였지만 고려하고 있는 업체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LG그룹 측에서 M&A를 담당하던 인력을 영입해 내부적으로 관련 팀을 꾸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수, 매각, 분사,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다수 추진한 바 있다. 

 

SK텔레콤도 CJ헬로비전 실패 사례를 경험삼아 제2의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근거로 삼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가입자수를 늘리기 위해 M&A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MSO 인수가 가시화 된다면 경쟁적으로 M&A가 확산될 것"이라면서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의 KT도 합산규제가 풀린다는 전제하에 M&A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OTT서비스 선두기업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활성화다. 케이블TV, 통신 이외에도 미디어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CJ E&M과 같은 주요 복수방송사용 채널사업자(MPP)가 현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콘텐츠 제작능력이다.

 

이를 기반으로 OTT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로서도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추후 케이블TV, 통신간 M&A로 공룡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콘텐츠 제작능력이 떨어진다면 지상파, 종편, CJ E&M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상파, 종편, CJ E&M이 미디어 시장의 큰 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봐선 CJ헬로비전, 티브로드, LG유플러스가 방송, 통신, 미디어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첫 사업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의 매입, 매각 의사결정에 따라 M&A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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