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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관세大戰]③위기 : 外風에 길을 잃다

  • 2013.09.18(수) 11:31

영국 정부의 외교 압력…고위층 과세 무마 시도
관세청 '과세 강행'…법정에서 최종 담판

과세 전쟁의 당사자인 디아지오는 '세계 최대'의 주류업체다. 글로벌 대기업 답게 각 국 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민감하다. 과거 디아지오 터키 현지법인이 탈세를 저질러 과세당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대표이사까지 구속되자, 영국 정부가 강하게 항의하는 등 양국간 외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도와 태국 등 아시아 국가 세관 공무원들을 상대로 270만달러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의 높은 주류세율과 규제 정책에 대응해 법 테두리를 넘나드는 아찔한 경영 전략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수천억원이 걸린 관세청과의 과세 분쟁, 디아지오의 외교적 압력과 로비는 필연적으로 무대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 '외교 압력' 실체 있었다
 
관세청이 디아지오코리아에 거액의 과세 처분을 내릴 무렵, 외교가와 과천 관가 등에는 영국 정부가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층에서 관세청 과세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심판청구 과정에서도 디아지오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하도록 종용했다는 말들이 떠돌아 다녔다. 
 
항간에 떠돌던 이같은 설(說)들은 나중에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2011년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포문을 열었다. 강만수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이 허용석 전(前) 관세청장을 따로 불러 세금부과 철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2008년 4월 인천공항세관을 순시하는 강만수 前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허용석 前관세청장(오른쪽). 현재 관세청장을 맡고 있는 백운찬 前기재부 관세청책관(가운데)도 있다.
 
강 전 장관은 "디아지오 관계자와는 일면식이 없다"면서도 "영국 정부에서 국제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해 그 이야기를 관세청에 전달한 바 있다"고 외압설의 실체를 시인했다. 당시 주영섭 관세청장도 "추징액수가 크다는 것과 영국계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외교라인 등을 통해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갖은 외압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에 정상적인 과세 절차를 밟았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디아지오 과세를 강행한 허용석 전(前) 청장은 퇴직 후 현대엘리베이터에 사내이사로 취업하려다가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업무연관성을 이유로 취업제한을 통보받았다. '오비이락'(까마귀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일 수도 있었지만 관가와 업계에서는 디아지오 전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정치권은 관세청장의 굳은 과세 의지와 용기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관세청이 아직 죽지 않았다"며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있게 잘 과세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칭찬은 칭찬일 뿐, 허 전 청장은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 "法대로 해보자"
 
영국 정부를 통해서도 과세를 뒤집지 못한 디아지오는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다시 법정에 노크했다. 디아지오 과세의 키(key)가 행정부에서 사법부로 넘어간 것이다.
 
디아지오를 향한 관세청의 뚝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서울세관은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라 1차 과세처분에 대해 재조사한 후에도 당초 부과한 1940억원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디아지오는 즉각 법정에 서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세관의 두 번째 과세처분도 1차와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2080억원을 부과했던 2차 과세처분은 가산세가 줄어 2003억원이 됐고,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이 내려졌다. 1차와 마찬가지로 서울세관이 과세 조치를 스스로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디아지오는 1차보다 한층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세금을 전액 내고 불복했던 1차와 달리 2차 과세처분에는 세금을 내지 않았고, 법원에 관세청의 과세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디아지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1차 과세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2차 과세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이 디아지오의 1차 행정소송을 받고 2차 과세를 정지한지도 1년이 흘렀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4000억원의 과세가 현실이 될 수도 있고,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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